드라마 '무빙'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한효주. 드라마 ‘무빙’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한효주.

대종상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고 멀었다. 쇄신을 약속했던 대종상이지만 영화인들과 소통하지 못한 세월이 생각보다 더 길었나 보다. 출석 체크 시간에 이름을 불러보지만 대답하지 않는 배우가 너무 많았다.

제59회 대종상 영화제가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아트센터에서 배우 차인표와 개그우먼 장도연의 사회에 열렸다. 레드카펫 위를 거니는 배우의 수도 적었고, 당연히 객석에 마련한 배우들의 자리도 여럿 비어 있었다. 수상자들조차 여러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으니, 대리 수상이 넘쳐났다. 결국 예년과 비슷한 상황, 영화상에 영화인이 없다는 건, 잔치에 차린 음식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종상의 선택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디즈니+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미술상, 음악효과상, 시각효과상까지 6관왕을 차지했다. 올해 신설된 OTT 부문에선 디즈니+ ‘무빙’이 작품상과 한효주의 여우주연상을, ‘카지노’가 강윤성 감독의 감독상과 최민식의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영광의 순간이지만 결국 수상자 불참으로 반쪽짜리 영화상이 됐다. 남우주연상인 이병헌과 최민식이 촬영으로 인해 자리를 비웠다. 몰아주기 잔치에서 빠진 다른 작품의 경우 결석률이 더 높았다. ‘밀수’로 감독상을 수상한 류승완 감독, ‘다음 소희’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배우 김시은, ‘거미집’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오정세가 영상으로 얼굴을 비췄다. 스태프 부문도 심각했다. 촬영상, 음악상, 각본상까지 수상자가 불참하며 영화상 시작부터 김을 뺐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김선영.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김선영.

일반적인 시상식의 경우 불참자에게 화살이 날아든다. 후보들이 참석한 경우 더 그렇다. 수상 불발에도 축하를 위해 시상식을 찾았는데, 정작 주인공이 자리를 비우면 이보다 더 머쓱한 경우도 없다. 그런데 대종상은 다르다. 불참자 보다 주최측에게 비판의 날을 세운다. 먹을 것이 없는 잔치에 손님을 초대했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시선이다. 

그만큼 대종상의 파행이 새겨 넣은 상흔이 깊단 이야기다. 그간 내부 갈등, 심사 기준 논란, 몰아주기 혹은 나눠 먹기 시상 등 한때 충무로를 대표하던 영화상의 추락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정상화를 위해 영화인들이 직접 나서 쇄신안을 만들었지만 아직 예전의 영화(英華)를 되찾기엔 요원해 보인다.

레드카펫 현장을 찾은 취재진은 썰렁한 행사에 한숨을 쉬었다. 한 사진기자는 “지난 달 진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드라마 어워즈’는 거리적인 페널티에도 불구하고 대종상보다 배우들의 출석률이 훌륭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영화인들이 외면하는 영화상에 대중들의 관심이 머물리 없다. 내년으로 60회를 맞이하는 대종상이다. 더욱 의미로울 2024 대종상의 출석 체크 시간엔 과연 얼마나 많은 영화인이 대답을 해올지, 1년의 시간 동안 대종상에게 남겨진 숙제가 꽤 버거워 보이는 지금이다.

사진=허정민 기자

권구현 기자 kkh9@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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