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정해영(왼쪽)./KBO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대표팀 유일한 클로저 정해영(KIA 타이거즈)이 두 번의 위기를 모두 무실점으로 넘기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 대표팀 정해영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카넥스트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23(APBC) 조별리그 1차전 호주와의 맞대결에 9회초 등판해 연장 10회초까지 1⅓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 승리 투수가 됐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마이데일리 

정해영에게 APBC 2023 대표팀은 첫 번째 성인대표팀이다.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예비 엔트리에 올랐으나, 최종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호주전은 정해영의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이었다. 정해영은 첫 출전에서 호투와 함께 첫 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2-2로 맞선 9회초 5번째 투수로 등판한 최승용이 2사 1, 2루 상황을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정해영이었다. 정해영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호주 4번 타자 알렉스 홀을 상대로 볼카운트 1B-2S에서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9회말 한국 대표팀은 점수를 내지 못하며 2-2로 정규이닝이 끝났다. 연장 승부치기가 진행됐다. APBC는 연장 승부치기를 진행한다. 1루와 2루에 주자를 둔다. 정해영은 10회초 무사 1, 2루를 맞이하며 마운드에 올랐다. 

10회초 선두타자 클레이턴 캠벨을 볼카운트 1B-2S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아웃카운트 1개를 채웠다. 1아웃을 잡은 정해영은 후속타자 크리스 버크와 승부를 펼쳤다. 초구에 스플리터를 던졌는데, 버크가 낮게 떨어지는 공에 배트를 던지듯이 밀어쳤다. 

타구는 라인 드라이브성으로 3루수 김도영에게 향했다. 김도영은 강한 타구를 한 번에 포구하지 못하고, 공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것이 최고의 플레이가 됐다. ‘고의 낙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김도영은 떨어진 공을 곧바로 잡아내 3루를 밟고 2루로 던져 1루 주자까지 잡아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10회초 승부치기에서 정해영이 위기를 넘긴 덕분에 한국 대표팀은 2-2로 10회말에 돌입했고, 10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노시환이 과감하게 초구를 통타해 2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좌전 적시타를 터트리며 경기를 끝냈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KIA 타이거즈 

정해영은 11개의 공만 던져 1⅓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퍼펙트를 완성하며 성인대표팀 첫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특히 이날 슬라이더와 스플리터의 각이 좋아 첫 타자 알렉스 홀에게 던진 초구를 제외하면 모두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위주의 변화구만 던졌다. 완벽한 태극마크 데뷔전이었다. 

사실 이번 APBC 대표팀은 마무리 보직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LG 트윈스 클로저 고우석과 KT 위즈의 박영현이 번갈아가며 마무리 보직을 맡았다. 당시 고우석은 대만과 결승전에서 세이브를 올렸고, 박영현은 4경기 2홀드 1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APBC는 유망주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대회다.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 이내의 젊은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만 25세였던 고우석은 이번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영현은 대표팀 발탁되며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LG와 KT의 KBO리그 한국시리즈가 5차전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KT 소속이었던 박영현이 예비 엔트리에 있었던 선수들로 대체되면서 대표팀에 남은 마무리 투수는 정해영 한 명 뿐이었다. 류중일 감독 역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박영현에게 맡길 예정이었던 마무리 보직에 대해 고민했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KIA 타이거즈

2001년생 정해영은 올 시즌 KIA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은 정해영은 고등학교 시절 선발 투수를 맡았으나 KIA에서는 마무리로 활약했다. 2021년에는 64경기에 나서 34세이브, 2022년에는 55경기에서 32세이브로 2년 연속 30세이브를 올렸다. 

올 시즌에도 2023시즌 52경기에 나서 49⅓이닝 동안 3승 4패 1홀드 23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해 세이브 7위에 올랐으나 올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9이닝당 삼진이 2022시즌 6.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5.5로 떨어진 반면 9이닝당 볼넷은 2022시즌 2.9에서 3.6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정해영은 든든한 클로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일 상무와 연습경기에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연습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정해영에 대해서 류중일 감독은 출국 인터뷰에서 “정해영과 최지민이 마무리를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호주와 1차전에서는 단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며 퍼펙트 피칭을 선보여 대표팀 뒷문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켰다. 

한국 대표팀 류중일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7회 최지민도 잘 막아 줬고 8회, 9회 최승용도 잘했다. 마무리 정해영 역시 잘 막았다”며 “그런 부분 덕분에 우리가 승리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대표팀 클로저로 낙점 받은 정해영은 일본과 2차전, 대만과 3차전, 3위 결정전 혹은 결승전까지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은 17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일본을 상대한다. 사실상 1·2위 결정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본은 대만을 4-0으로 꺾으며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임을 증명했다. 일본의 이바타 히로카츠 감독과 한국전에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이는 스미다 치히로(세이부 라이온스) 등이 도쿄돔에서 한국과 호주의 맞대결을 지켜봤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오른쪽)./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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