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궁 이식수술 성공 사례가 나왔다.

17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다학제 자궁이식팀은 지난 1월 ‘마이어 로키탄스키 쿠스터 하우저(MRKH) 증후군’을 앓던 35세 여성 A씨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이 여성은 10개월째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며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 [사진=삼성서울병원]

MRKH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자궁과 질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은 질환이다. 여성 50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난소 기능은 정상적이어서 배란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론상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이식 29일 만에 A씨는 생애 최초 월경을 경험했으며,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유지 중이다. 자궁이 신체에 안착했다는 신호다.

A씨는 결혼 이후 임신을 결심하고 지난 2021년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다. 2019년부터 자궁 이식을 준비해 온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이듬해 정식으로 팀을 꾸렸었고, 관련 임상 연구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을 시기였다. A씨의 강한 의지로 자궁이식팀 역시 속도를 냈다.

자궁 이식은 고난도 수술이다. 기증자로부터 자궁을 적출할 때 자궁과 연결된 혈관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수혜자의 난소와 생식선 등에 연결하는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 [사진=삼성서울병원]

국내 첫 사례인 만큼 자궁이식팀은 법적 자문과 보건복지부 검토를 진행했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까지 모두 마치며 신중히 접근했다. 각자 전문 분야별로 해외에서 발표한 논문과 사례를 조사하며 이론적 배경은 물론 실제 이식 수술, 이식 장기의 생존전략, 임신과 출산까지 모든 과정을 준비하고 계획을 세웠다.

첫 수술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생체 기증자의 자궁을 환자에게 이식했지만, 이식 자궁에서 동맥과 정맥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2주 만에 제거했다.

절망의 위기에도 자궁이식팀은 A씨의 굳은 결심을 보고 다시 힘을 내 기증자의 자궁 이식을 기다렸다. 첫 이식 실패 6개월여 만인 지난 1월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두 번째 수술을 시도, 성공에 이르렀다.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는 “국내 첫 자궁이식 사례이다 보니 모든 과정을 환자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며 “첫 실패의 과정은 참담했지만, 환자와 함께 극복해 환자가 그토록 바라는 아기를 맞이할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어 다행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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