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자본시장 근간 훼손'…이재용 측 '지배구조·주주이익에 부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공짜 경영권 승계”라고 날을 세운 반면 이 회장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외형 성장과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주주 이익에까지 부합한 행위였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실질적 이익이 이 회장에게 귀속된 점 등을 구형 이유로 거론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팀장에게는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2020년 9월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상 거짓 공시 및 분식회계 세 가지다. 당시 경영권 승계 등을 목적으로 이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2012년 12월부터 삼성그룹이 ‘프로젝트G’ 문건을 작성해 이 회장의 사전 승계 계획을 마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으로 해당 과정에서 각종 위법된 행위가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줬다’는 입장이다.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이 이른바 ‘공짜 경영권 승계’를 했다며 날을 세웠다. 양 사 합병을 두고 삼성이 경영권 승계가 아닌 신성장 동력 확보라고 설명했으나 명분에 불과하다는 게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또 합병 자체가 양 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주도했고 6조 원이라고 밝힌 시너지 효과도 진지한 검토 없이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檢 '자본시장 근간 훼손'…이재용 측 '지배구조·주주이익에 부합'

검찰 측은 “만약 피고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앞으로 지배 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 구조 개편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리 자본시장이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회장 측은 △합병 △수사 △주가 측면에서 방어 논리를 폈다. 우선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외형 성장 △지배구조 △주주 이익까지 부합하는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합병이 유가 하락, 실적 악화 등 상황에 대한 타개책이었지, 검찰이 주장하는 이른바 공짜 경영 승계를 위한 게 아니었다는 논리다. 변호인들은 양 사 합병이 70% 이상 주주가 찬성해 주주총회를 통과했고 합병 직후 미수금 등 3조 원의 부실이 현실화됐다는 점, 미합병이었다면 심각한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증거로는 “해외 손실 우려로 합병 전 삼성물산을 순매도했다”는 국민연금 측 진술을 제시했다. 여기에 검찰이 한쪽 측면만 고려한 수사를 했다는 점도 제기했다. 삼성물산 지분을 판 기관투자가들을 제외하고, 매수한 트러스톤자산운용만 조사했다는 게 이 회장 측이 내세운 근거다. 해외 주주 가운데서도 찬성이 아닌 합병을 반대한 곳만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를 위해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였다’고 인정한 점도 근거로 꼽았다. 이 회장이 합병 과정에서 두 회사 지분을 거래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공짜 경영권 승계라는 표현도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 변호인 측은 “해당 사건은 2020년 9월 1일 기소돼 총 106회 공판에서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등 3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나 검찰의 주장을 보면 다시 시간을 되돌릴 듯 보인다”며 “공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안은 제시하지 않고 기소 당시 수사 기록에 기초해 사건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검찰 수사가 시작은 요란했으나 알맹이는 없는 게 아니냐’는 법조계 일각의 시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이 해당 사건에 대한 첫 강제수사에 착수한 건 2018년 12월 18일로 2020년 9월 1일 기소 전까지 1년 10개월 가까이 수사했다. 게다가 이 회장의 요청으로 소집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으나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소 이후 결심까지도 3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오랜 수사·재판의 결과라는 점에서 검찰이 증거·혐의 입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삼성그룹은 수사·재판으로 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하면서 경영상에 미치는 영향은 가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앞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삼성이 또 한번의 위기에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검찰이 요청한 형량이 다소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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