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이재용에 징역 5년·벌금 5억 구형

삼성 무겁고도 차분한 분위기…재계 “과한 구형…1심 선고 달라지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검찰로부터 5년을 구형받자 재계는 다소 과도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지목하는 혐의를 두고 삼성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줄곧 피력해온만큼 이번 구형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로 오랜 기간 경영 활동 제약이 컸던데다, 사회적 기여 노력도 상당했던 만큼 1심 선고에서는 이 부분이 받아들여질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날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는 점, 의사 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을 고려한다며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 혐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이 과정에서 벌인 업무상 배임, 분식 회계에 관한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등으로 나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경영 승계를 목적으로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하고, 회계부정·부정거래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며 2020년 9월 기소했다. 삼성물산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는 게 검찰측 판단이다. 삼성물산 이사들이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은 지시 또는 공모자로 지목됐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고 의심한다. 두 사건은 병합됐다.

검찰은”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다”며 “삼성은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피고인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목적이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 신성장 동력 확보라고 설명하지만 사후적으로 만든 명분에 불과하다”며 “합병은 양사 자체 결정이고 6조원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피고인들은 홍보했지만 이미 미전실은 합병 준비를 계획 중에 있었고 시너지 효과도 진지한 검토 없이 발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검찰 구형에 차분하고도 무거운 분위기…재계 "5년 구형 지나쳐"

삼성은 이날 검찰 구형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가운데 결심공판을 지켜봤다.

그간 삼성은 검찰에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다고 반박해온터라 내부적으로 타격이 없지는 않다. 삼성은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져 문제가 없으며, 삼성물산이 당시 3조원이 넘는 부실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합병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한다. 승계와 연관된 내용도 없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2일(현지시간) 리야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2일(현지시간) 리야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재계 안팎에서도 검찰의 형량에 대해 다소 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5년 구형은 과하다. 이 회장의 죄질이나 국민 정서와도 전혀 맞는 않는 구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 때문에 해외 출장 제약을 받는 등 경영 활동 지장이 큰 데 여태까지 수 년째 끌고 온 것이 비정상”이라며 “장기간 경영활동에 제약이 있던 자체로 처벌을 다 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에서는 나름의 근거로 구형을 했다고 본다. 때문에 완전히 죄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감안하더라도 5년은 너무 과한 것 아닌가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구형대로 선고가 나온다면 삼성은 5년의 총수 공백을 가져야 한다. 형사적 처벌 보다는 민사적으로 책임을 강하게 물어 다른 기업들이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사적 자치이지 외부에서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양사간 합병 비율도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졌고, 일부 합병을 반대한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쳤는데도 (검찰이) 잘못됐다며 5년을 구형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심 선고, 내년 초 전망…재계 "삼성, 경영 시계 제자리 찾아야" 한 목소리

재계는 검찰이 생각 보다 중형을 구형했지만, 재판 1심 선고는 달라질 것이라는 데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

삼성이 합병 비율, 승계와 관련해 일관되게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다, 이재용 회장이 오랜 기간 ‘사법 족쇄’에 발이 묶인 상태에서도 경제사절단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적 기여 활동도 상당 부분 수행한 만큼 이를 고려해 줄 것이라는 기대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시작해 햇수로만 8년째 ‘사법 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작년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지만 여전히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에 매주 출석해야 하는 등 경영 보폭이 제한적이다.

재계는 이 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아 삼성이 내부 전열을 새롭게 가다듬는 한편 ‘뉴삼성’을 위한 경영 전략 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길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인텔, TSMC 등 반도체 경쟁자들이 조 단위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이 회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하만 이후 멈춘 대형 인수·합병(M&A) 시계도 다시 움직여야 할 때다.

반면 유죄 판결이 나오게 되면 이 회장의 경영 활동은 또 다시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1심 선고 이후 항소심, 상고심까지 고려하면 4~5년 사법리스크를 안고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의 반도체 투자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재계는 우려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미전실을 해체하고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각 계열사 권한을 강화하는 등 준법경영, 책임경영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누가 봐도 존경할 만한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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