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길 바랍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을 마무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8년째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검찰은 이날 오전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시작된 최후진술에서 “저는 이 사건 합병과 관련해서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주들 속일 의도 결단코 없었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이 회장은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지배구조를 투명화·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다른 주주들을 속인다던가 하는 그런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한 “어찌나 일이 이렇게 엉켜버렸을까란 자책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에 임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중요한 일을 처리하면서 더욱 신중하게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 회장은 “저는 오래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직접 신사업 신기술 투자, M&A를 통한 모자란 부분 보완,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통해 회사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회사가 잘되어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회사 임직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것이 저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되었던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국 경영자, 저희 주요 주주님들, 그리고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고 허무하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할 기회 부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이 회장은 또 “삼성이 세계 수준의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에 몸담은 수많은 임직원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비판의 눈초리로 삼성을 바라보는 주주님들과 국민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덕분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다”며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시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기라성 같은 글로벌 초일류기업과 경쟁 협업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 시키는 경영, 소액주주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도 주어져 있다”며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기업, 국민의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8년째 사법 리스크…구속일수만 56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이 회장은 이번 부당합병 사건으로 2021년 4월부터 이날까지 총 106회 열린 공판에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면담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총 96번 출석했다. 이 회장은 이날도 재판 출석을 위해 조부인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6주기 추도식에 불참했다.

이 회장은 앞서 검찰·특검 소환조사만 국정농단 사건(8회)과 삼성물산 합병 사건(2회)으로 총 10회 받았다. 이 회장의 구속일수는 2017년 2월 구속 기소된 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 354일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뒤 가석방될 때까지 211일을 더해 565일에 달한다.

이번 결심공판으로 3년 넘게 이어진 이 회장의 ‘부당합병 의혹’ 재판 1심도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1심 선고는 이르면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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