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열린 법무부-카이스트 과학기술 우수 외국인 인재유치 및 정착지원을 위한 간담회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가시화되자, 여당은 한껏 들뜬 분위기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총선 위기 여론을 반전시킬 뚜렷한 카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한 장관이 ‘구원 투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한동훈 역할론’에 대한 우려도 공존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대규모 개각 가능성과 함께 한 장관이 최근 전국 현장을 누비자 ‘총선 등판설’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장관은 “이미 충분히 설명 드렸고,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비대위원장설’부터 선대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당 안팎 역할론이 분출하는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는 21일 경기도 김포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초급간부 및 군 가족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한 장관 행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잘 보고 있다”며 “훌륭한 자질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국민의힘 의원도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동원해야 한다”며 “한 장관 없이 다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면 필요 없는 카드겠지만, 어려운 선거라면 한동훈은 분명히 써야 하는 카드”라고 말했다.

당내에서 한 장관 역할론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것은 ‘인지도’와 무관치 않다. 여당에는 굵직한 정치인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소위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플레이어’는 찾기 어렵다. 20·30세대 지지를 등에 업은 이준석 전 대표가 존재하긴 하지만, 주류 인사와의 갈등과 신당 창당설에 총선 역할론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당내에선 한동훈 등판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당 관계자는 “한 장관의 경우 인지도가 높고 팬층도 두터워 총선에서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런 기대감은 최근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커지는 모양새다. 당초 선거 패배 전 당 핵심 관계자는 “한 장관이 굳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300명 중 한 명이 된다면 지금처럼 알아줄 것 같은가”라면서 “결국 당선은 되겠지만 배지를 다는 순간 박범계·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처럼 될 것”이라고 했다. 차기 대권 후보인 한 장관이 초선 의원으로서 국회에 입성할 경우, 잠룡으로서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분위기가 바뀐 것은 선거 참패 후 총선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구원 투수’ 역할 필요성이 커진 결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혀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부정 평가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 내각의 핵심 인물이자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장관이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냐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황태자 또는 후계자 이미지로 선거에 진입하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 부정평가가 상당히 고착화돼 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 여론이 정권 안정보다 정권 견제가 우세한 상황에서 한 장관의 등판은 부정적 기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의 아바타’ 한 장관이 나서면 정권심판론이 더 강화될 것”이라며 “혼자는 당선될지 모르겠지만 국민의힘 참패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 의지와는 상관없이 총선 등판론은 무르익는 분위기지만, 결국 당이 요청하면 출마를 결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출마를 결심한 순간부터 문제는 당선 여부이며, 패배할 경우 파급력은 당의 운명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한 장관의 최대 문제는 당선 여부와 출마 지역”이라며 “수도권이 어려운 만큼 당선권에 들어간다면 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안전지대로 가거나 수도권에 나가 패배하게 된다면 얼마만큼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 장관은 보수 이념 중에서도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의 보수층 지지를 얻는 인물인 만큼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면서 “오히려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지역구 당선 여부는 국민의힘 운명과 동일시될 정도로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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