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배우 박해준이 ‘서울의 봄’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이에 팬데믹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봄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몰아치는, 촘촘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이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영화 속 불 역할의 황정민과 물 역할의 정우성 사이 박해준 역시 빛이 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박해준은 훌륭한 작업이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최초 영화인 데다, 故 노태우 전 대통령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로 분한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황정민과 리허설 후 용기를 얻었다고 털어놨다.

“되게 부담스럽기는 했다. 내가 잘할 것 같지도 않았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하룻동안 많은 소동이 일어나는 이야기가 너무 재밌더라. 걱정은 역할에 대한 거였는데 (황)정민 선배님과 첫 리딩하면서 지워졌다. 정민 선배님이 공연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정말 에너제틱하게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리딩을 하시더라. 실존인물과 비교하지 말고 작품에 대해 생각하라고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나도 할 수 있는 영역이 자유로워졌다. 감독님 역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구나 용기가 생겼다.”

박해준은 극중 9사단장 노태건 역을 맡았다. 전두광(황정민)의 친구이자 반란군의 2인자 노태건은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겁도 나지만, 전두광의 권력욕에 편승해 전방 부대인 9사단을 서울로 불러들이는 것을 포함해 군사반란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이다. 박해준은 소심함부터 돌진하는 모습까지 탐욕의 2인자 노태건의 두 얼굴을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내가 이 인물에 대해서 욕심낸 부분은 전두광을 따라만 가는 인물로 안 보이기를 바랐다. 완벽한 전두광의 편이라기보다는 서로 필요한 동업자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헛된 방향으로 튀었을 때 막아보고 피를 최소화한다고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이 빠져볼까 갈등이 계속 있는 인물로 생각됐다. 전두광에게 동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과 약간의 의심을 늘 갖고 있는, 견제가 항상 있는 인물로 표현을 해보고 싶었다.”

이어 “우유부단하고 주체적이지 않다기보다 자신의 판단으로 언제건 어떤 자리에 놓아둘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감독님께서 노태건은 굉장히 부들부들하고 사람들과 관계가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결국 전두광, 노태건은 서로 필요한 존재다. 뭔가 일을 도모할 때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 있으면 뒤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감독님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김성수 감독은 어느 때보다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 마치 파노라마처럼 등장,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고 있었던 9시간을 꽉 채웠다. 대사가 있는 배역만 60여명이었다. 박해준은 생생했던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매신 똑같은 틀에 갇혀서 안 했다. 그 신을 위해 달려가는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합을 몇번 맞춰보면 각자 알아서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누구는 담배 피고, 누구는 커피 마시고, 누구는 짜증내며 앉아있는 등 배우들이 공간을 꽉 채웠다. 군상들이 다 있었다. 좋은 배우들을 이렇게까지 모아놓고 이렇게 하는 이유가 꼭 있구나 싶었다. 너무 너무 훌륭한 작업이었다.”

무엇보다 박해준은 김성수 감독의 집요함을 치켜세우며 ‘서울의 봄’ 촬영현장은 배움의 장이었다고 치켜세웠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집요하게 찾아내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이야기해주시니 난 너무 좋았다. 그 순간을 살아있게 만들어주셨다. 대학교 졸업하고 참 배움이 있는 곳이 없는데, 나를 배우로서 성장시킬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이 됐다.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았다.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연기를 어떻게 하고, 장면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배웠다. 그런 분과 몇작품 하신 정민 선배님, (정)우성 선배님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고 들뜬다. 2시간 이상 영화 볼 때 시계 3번 정도 보는데 시계 처음 봤을 때가 2시간 10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시계를 한 번 본 건 처음이었다. 시간이 빨리 가더라. 심박수 챌린지 봤는데, 나도 그랬을 것 같다. ‘서울의 봄’을 보고 관객들 사이 굉장히 많은 해석이 있으면 좋겠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기를 바란다. (웃음)”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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