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원내 제1당을 차지하기 위해선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혹은 ‘위성정당 창당’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민주당 75명의 의원은 ‘위성정당 방지법’의 당론 채택을 요구하고 있고, 이탄희 의원은 준연동형 사수를 위해 지역구 불출마까지 선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치개혁 약속을 철회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향후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제 개편의 막판 쟁점인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놓고 민주당 내부적으로 ‘의견 충둘’이 격해지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의 여야 간 선거제 개편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병립형 회귀’에 이 대표도 힘을 싣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당내 갈등이 분출하는 모양새다. 그간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온 이 대표가 현실론을 앞세워 원칙을 버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민주당 3선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 대표에 대해 “내로남불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와 민주당은 대선을 치르면서 ‘연동형 비례제로 다당제를 이뤄내겠다’, ‘위성정당을 막겠다’ 고 수차례 선언했다”라며 “이 대표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김종민 의원도 자신의 SNS에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김 의원은 “이건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옳지도 않거니와 이렇게 하면 이길 수도 없다”라며 “약속이고 원칙이고 모르겠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기겠다고 덤비면 민주당은 영원히 못 이긴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오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말이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현실의 엄혹함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집권 여당의 과거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과의 타협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준연동형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를 고집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이 대표의 입장 표명 이후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의 판단이 맞다고 본다”라며 “정치는 기본적으로 이상을 지향하면서도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병립형으로 가서 1당을 차지한 다음에 정부여당과 싸워야한다”라며 “소수당이 되면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지기 때문에 병립형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진성준 의원도 이날 오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위성정당 방지법으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금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며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통해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대표실 관계자는 “어제 이 대표는 총선을 앞둔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한 솔직한 판단을 말한 것”이라며 “선거제만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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