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낮추고 물가 올려

수출 개선에도 소비·투자 위축

‘중동 전쟁’ 대외 불확실성 변수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전망 이미지. ⓒ연합뉴스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전망 이미지. ⓒ연합뉴스

새해 경제 전망에 벌써부터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최근 수출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고금리·고물가 후폭풍으로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성장 동력이 힘을 잃는 모습이다.

중동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물가는 오르면서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터널에 갇힐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30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8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p) 낮춘 2.1%로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은 1.4%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한은 전망치 2.1%는 국제통화기금과 아시아개발은행, 한국개발연구원이 제시한 2.2%보다 낮은 편이고 한국금융연구원(2.1%)과 같다. 또 2%대로 여겨지는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겨우 넘긴 수치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역성장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 그리고 1%대 성장률을 기록한 올해(1.4%)를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서 가장 낮은 수치기도 하다.

앞서 한은은 2024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2.3%) 이후 올해 2월(2.4%), 5월(2.3%), 8월(2.2%) 등으로 조금씩 낮춰 잡았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은 이유는 경기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며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부진해 성장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회복 흐름을 보이며 내년까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확대되면서 재화수출이 내년 3.3%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에 힘입어 경상수지도 올해 300억 달러, 내년 490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은 337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하지만 수출을 제외한 지표들은 나빠지는 추세다. 고금리 이자 부담에 고물가 영향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며 회복세가 둔화됐고, 내년도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회복 모멘텀이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1.9%로 기존 전망치보다 0.3%p 내려 잡았다. 내년 설비투자는 4.0%에서 3.7%로, 건설투자는 -0.1%에서 -0.7%로 각각 낮췄다.

실제 서민, 취약계층일수록 실질소득이 줄어들며 지갑 사정이 팍팍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3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3.4% 늘었지만,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2만 2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줄었다. 소비지출도 1분위 가구는 같은 기간 0.7% 줄었지만, 고소득층 5분위 가구는 오히려 6.5% 늘었다.

이날 발표된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 역시 전달보다 11.4% 급락했다.


최창호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달 산업지표가 줄은 것은 9월의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이라며 “최근 소비 모멘텀이 약화됐지만 수출, 설비투자, 제조업 지표보면 개선 흐름이 추세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창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최창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반면 물가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6%로, 내년 전망치를 2.4%에서 2.6%로 올렸다.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3.4%에서 3.5%로, 내년은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최 국장은 “내년 물가 전망치를 올린 것은 올해 8~9월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예상보다 올랐고 공공요금 인상 등 그간 누적된 비용 압력 파급효과가 오래 지속된 영향”이라며 “지난 9일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됐고,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누적돼 있어 앞으로도 전기·도시가스 요금이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가정했다”고 말했다.

불어나는 가계부채도 경기침체 우려를 더하는 요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0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6조3000억원 늘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로 인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되면 내년 성장률이 1.9%까지 내려앉고 물가상승률은 2.8%가 될 수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것이 다른 품목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를 전제한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7일 비즈니스인사이더에서 전 세계 경제가 향후 10년간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전망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이 주요 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하는 ‘초거대 위협 시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 채권과 주식 투자자 모두 손실이 향후 10년간 수십조 달러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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