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대표 재심 사건인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은 황상만 전 형사가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와 함께 출연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까지 험난했던 과정을 공개하면서 국내 재심 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대해 사실 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그 판결의 옳고 그름을 다시 심리하는 비상 구제 방법이다. 재심에서 무죄가 인정되면 재심 청구인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과연, 국가 보상으로 잃어버린 인생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국내에만 해도 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재심 사건은 다음과 같다.

 

 

무기수 김신혜 사건

 

김신혜는 2000년 3월 아버지에게 수면제 30알과 양주를 먹인 후 승용차에 태우고 돌아다니다 아버지가 숨지자 시신을 버린 혐의를 받았다. 그해 8월 김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다. 범인은 자신이 아니라 고모부라는 것. 2015년 1월, 김씨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 법률구조단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이후 2019년 3월 무기수 김씨의 재심 여정이 본격 시작됐다. 향후 재심 과정에서 그의 죄를 가릴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낙동강변 살인 사건

사진 : 유튜브

1990년 1월 부산 사상구 엄궁동 소재 낙동강변에서 차량 데이트 중이던 남녀를 납치한 뒤 여성은 강간 살해하고, 남성에게는 상해를 가한 사건이다.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22개월 뒤인 1991년 11월 최인철, 장동익 씨가 이 사건의 범행을 자백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두 사람은 검찰과 법원에서 경찰의 고문에 따른 허위 자백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1993년 무기징역이 확정돼 21년 복역하다 2013년 풀려났다. 2020년 1월 재판부는 이들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춘재 8차 사건

 

1988년 9월 경기 화성군의 박모 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지칭한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성여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경기도 연쇄 살인사건 진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2019년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20년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여순 사건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군인들이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정부에 맞서는 과정에서 민간인이 집단 희생된 사건이다. 당시 29세였던 장환봉 씨는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돼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곧바로 형이 집행됐다. 장씨의 유족은 지난 2013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19년 3월부터 재심재판이 진행됐다. 2020년 1월 2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고 장환봉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

 

2000년 8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 택시기사는 오른쪽 가슴 부위 등을 수차례 찔린 채 살해됐다. 경찰은 16세에 불과했던 목격자 최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최씨가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었고, 분을 이기지 못해 흉기로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강압에 못 이겨 허위 진술을 했고 결국 사건 발생 20일 후 기소돼 징역 10년 형을 받았다. 옥살이를 마친 최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했고 결국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성폭행 남성 혀 절단 사건

 

1964년 5월 당시 18세였던 최말자 씨는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 노모(당시 21세) 씨의 혀를 깨물어 상해를 입혔다. 당시 검찰은 최씨의 행위를 과잉방위로 보고 구속했다. 부산지방법원은 최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56년 만에 이 사건에 대해 최씨는 2020년 5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2020년 8월 21일 부산지법은 최씨의 재심 청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아직 최종 판결은 나지 않았지만 수많은 누리꾼이 최씨의 미투를 응원하고 있다.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

 

양동화 씨와 김성만 씨는 1985년 전두환 정권 시절, 미국과 유럽 등에서 유학할 당시 북한에 포섭된 뒤 국내에 잠입해 간첩 활동을 했다는 이른바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복역 13년 만인 1998년 광복절 사면으로 풀려났고, 2017년 안기부의 강제 연행과 구금이 불법인 게 드러나 법원에서 재심이 받아들여졌다. 2020년 2월 재판부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두 사람은 35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재일동포 간첩 사건

사진 : KBS 뉴스

재일교포 강종헌 씨는 1976년 서울대 의대 유학 시절 북한 공작지도원의 지령을 받고 임무 수행을 위해 국내에 잠입해 국내 기밀을 공작지도원에게 보고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돼 이듬해 대법원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다. 강씨는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3년 복역한 뒤에야 석방됐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고문에 의한 조작’으로 결론 내렸고, 강씨는 2010년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2013년 1월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삼례 3인조는 1999년 2월 오전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침입해 유모(당시 76세) 할머니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하고 현금과 패물 등을 털고 달아난 혐의로 각 징역 3∼6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다. 해당 사건은 진범이 나타나 자신의 죄를 자백하면서 이슈가 됐다. 이후 삼례 3인조는 2015년 3월 “경찰의 강압 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며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전주지법은 사건 17년 만인 2016년 10월에 열린 재심을 통해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림 사건

 

부림 사건은 1981년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모임에 참여한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 및 고문한 부산 지역 최대의 공안사건이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으며 1982년 6월 고호석 씨 등 5명은 징역 1년 6월~6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1990년대에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은 뒤 2012년 8월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해 개시 결정을 받았다. 재판부는 사건 33년 만인 2014년 2월 열린 재심에서 피고인들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했다. 

글 : 이현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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