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 개정안’ 여야 합의 또 불발

6일 국토위 법안소위 ‘마지노선’

“정부 정책 믿었다가 범법자 되게 생겨”

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데일리안DB 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데일리안DB

#자녀 학업 마칠 시기에 맞춰 들어가 살 아파트를 알아보던 A씨는 올 초 1·3대책으로 전매제한 완화 및 실거주 의무가 폐지된단 소식을 접했다. 이에 A씨는 내년 10월 입주 예정인 경기 광명 ‘호반써밋 그랜드 에비뉴’ 전용 59㎡를 6억5000만원 수준에 계약했다. 당시 이 단지는 지난해 말 분양 이후 일부 평형에서 미달이 나와 무순위 청약을 진행 중이었다. 모델하우스 곳곳에는 실거주 의무가 없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분양 상담에서도 “전매제한이 풀리는데 실거주 의무가 어떻게 안 풀리냐”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기에 안심했다. 요즘 A씨는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가족들의 질타도 괴롭다. 약 1년간 정책이 바뀌길 기다렸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어서다. 아이는 전학 갈 수 없는 상황이고, 현행대로면 내년 10월 입주를 맞추지 못할 경우 범법자가 되게 생겼다. 정부 발표만 없었더라도 A씨는 당초 계획대로 주변 신축이나 재개발 입주권을 구매했을 텐데, 정쟁만 하는 국회가 야속하기만 하다.

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위는 재건축 촉진을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과 1기 신도시 중심 노후단지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나란히 처리했다. 하지만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수분양자에게 부여되는 ‘실거주 의무’ 폐지 방안은 논의가 불발됐다.

올 초 정부는 1·3대책을 통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주택경기 침체로 위축된 매수심리를 살리고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2021년 2월 도입된 실거주 의무 규제에 따라 현행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단지 수분양자는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는 만큼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공급 기회를 주겠단 취지에서 마련됐다.

1·3대책 이후 4월부터 전매제한은 완화됐지만, 패키지 규제로 통하는 실거주 의무 폐지는 개정안 발의 이후 1년가량 국회에 잠들어 있다.

A씨처럼 실거주 의무가 폐지될 거라 예상하고 분양에 나선 수요자들은 날벼락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장 입주가 불가능한데, 임대차계약도 놓을 수 없다.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르려던 수요자들 역시 자금 계획이 틀어지면서 비용 부담이 대폭 늘게 생겼다. 현행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66개 단지, 총 4만3786가구에 이른다.ⓒ데일리안DB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66개 단지, 총 4만3786가구에 이른다.ⓒ데일리안DB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66개 단지, 총 4만3786가구에 이른다. 당장 이달 15일부터 전매가 허용되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분양권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거주 의무 폐지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분양권 거래도 얼어붙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 2건에 불과하던 분양권 전매건수는 4월과 5월 40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7월 30건으로 꺾인 이후 점차 줄어 10월에는 4건 거래되는 데 그쳤다.

A씨는 “정부에서 실거주 의무가 폐지된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당연히 되는 것으로 알았다”며 “집을 수시로 사고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생일대의 의사결정인데 번번이 국회에서 막히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즉시 입주하지 못하더라도 추후 계속 실거주할 목적으로 산 집인데, 야당은 부동산 투기라고 한다”며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사람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업계에선 오는 6일 법안심사소위에서도 해당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실거주 의무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내년 5월 21대 국회가 종료되면 법안도 폐기된다.

야당은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 ‘갭투자’ 등 투기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야당에선 실거주 의무를 유지하되 해당 주택을 양도하기 전까지 의무기간을 채우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애초 정부는 칼자루를 쥔 국회와 사전 논의를 거쳐 법안 처리가 가능한 내용만 대책에 담았어야 맞다. 대책 발표 이후에는 국회를 설득해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정치구조에서 그냥 던져주면 국회에서 알아서 처리할 거라 생각하는 건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 역시 표심에 도움이 되거나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안은 야당 단독처리 또는 여야 합의로 곧잘 통과시키면서 유독 민생법안에 대해선 소극적”이라며 “실거주를 하던, 뭔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해주지도 않고, 안 해주지도 않는다. 방치가 가장 나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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