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엔화 약세) 현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일본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일본 리츠의 고배당 정책과 함께 역사적 수준의 엔저 효과가 부각되면서 일본 주식·채권에 주로 몰렸던 투자 수요가 리츠로도 번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역대급 엔저에 고배당 겨냥…일학개미, 리츠도 군침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11월 1일~ 12월 1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일본 주식 상위 10위권에 리츠 관련 ETF 2개가 신규 진입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 기간 중 ‘아이셰어즈 코어 재팬 리츠’ ETF를 총 355만 달러(한화 약 46억 원) 순매수했다. 전체 일본 주식(ETF 포함) 중에 네 번째로 많은 순매수 금액이다. 같은 기간 ‘넥스트 펀드 리츠 인덱스’도 순매수 규모 182만 달러(24억 원)를 기록했다. 두 ETF 모두 도쿄증권거래소(TSE)의 리츠 인덱스를 추종한다.

두 ETF는 지난달부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인기 몰이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셰어즈 코어 재팬 리츠 ETF의 최근 한 달 순매수액은 올 10월(24만 달러)에 비해 25배 넘게 늘었다. 넥스트 펀드 리츠 인덱스 역시 같은 기간 순매수 50위권 밖에서 7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국내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두 ETF를 각각 576만 달러, 564만 달러 순매수했는데 이 중 11월에 순매수한 금액만 각각 절반(355만 달러), 3분의 1(182만 달러)에 달한다.

역대급 엔저에 고배당 겨냥…일학개미, 리츠도 군침

일본 리츠 시장은 약 162조 원 규모로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점하고 있다. 주요 투자 포인트로는 적극적인 주주 환원책이 꼽힌다. 일본 리츠는 2003년부터 2021년까지 18년간 연평균 총 8.3%의 수익(배당수익률+주가상승률)을 꾸준히 제공해왔다. 심지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도 전년 대비 배당을 늘린 것은 전 세계에서 일본 리츠가 유일했다.

역사적 수준의 엔저도 투자 매력을 배가하고 있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중순 850원대까지 내려갔고 현재도 890원대를 밑돌고 있다. 일본에 상장된 ETF의 경우 엔화로 매수해야 하는 만큼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 상승 시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주식·채권에 이어 리츠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리츠는 코로나19 이후 여타 국가의 리츠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 투자 매력이 높다”며 “강한 랠리를 보인 일본 주식시장과 달리 리츠는 안정적 배당형 상품의 속성이 강조되며 다소 소외됐지만 다음 투자 포인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학개미들은 일본 주식과 채권을 올 들어서만 6억 2961만 달러(총 8251억 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는 지난 한 해의 총순매수 금액(2413만 달러)의 26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편 10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리츠 시장 전반에 다시금 온기가 돌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미국 리츠 ETF 4종은 지난 한 달간 일제히 12~14%, 국내 리츠 ETF 3종은 5~6%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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