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차녀인 조희원 씨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의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한국타이어가(家)의 ‘형제의 난’이 2년여만에 재발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공개매수 발표 전인 지난주부터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두고 선행매매를 통한 자본시장 교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전 정보에 따른 유입으로 확인될 경우 불공정거래로 판단,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지난 5일 MBK파트너스는 오는 24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단가는 주당 2만원이며, 총 발행주식수의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공시 이후 주가는 급등해 상한가인 2만1850원으로 마감했다. 공개매수 발표 당일에 이미 공개매수 목표가인 2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번 발표로 주가가 크게 뛴 것은 이해할 만한 부분이지만, 공시 전 전부터 주가가 큰 폭의 상승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의 잣대를 들이대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공개매수 발표가 있기 전날까지 10거래일 간 30.99%가 급등했다. 1만2840원으로 마감한 지난달 20일 이후 꾸준한 상승이 이어졌고, 공개매수 공시 전날인 4일 종가는 1만6820원을 기록했다. 지난 1일에는 5.5%, 4일에는 9% 수준의 변동이 있기도 했다. 같은 기간 동안 한국앤컴퍼니의 주요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가는 큰 변동세를 보이지 않았다.

공시 전 거래량도 급등했다. 지난달 24일까지 10만주를 넘지 않는 수준이었으나 주가가 본격 상승한 27일 23만주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해 1일에는 57만4000주, 4일에는 59만5000주까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 중 올린 가격에 거래가 체결될 때마다 거래량이 동시에 증가하는 패턴이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공시가 있기 전 정보가 누출됐고, 공개매수가가 2만원이라는 걸 파악한 세력들이 선행매매로 사전에 물량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조현범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이 42.03%에 달해 다른 자녀들이 공개매수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현재 시장에 풀린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약 27% 정도다. 다만 이를 대부분 매수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경영권 분쟁 재발 소식에 조 고문 등이 제시한 공개 매수 가격 2만원을 넘어서 일반 주주들이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에 주식을 팔 유인도 사라진 상태다.

만약 조 회장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려 지분을 8%가량만 더 확보해도 지분율은 과반이 넘어가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이 같은 ‘대항 공개매수’ 대신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도 있다.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조 고문 측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것을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로 보고 방어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고문 측이 내년 주주총회 등에서 계속 경영권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추가 주식 매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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