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양근혁 기자] 여야가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 문제를 놓고 수(數) 싸움에 돌입한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수도권 1석을 늘리고 호남 지역 1석을 줄이는 내용의 획정안을 국회에 정식 제출하면서다. 선거구 감소가 예상됐던 강남은 현행 유지된 반면 노원은 1석이 사라지는 등 수도권 내 조정이 다수 이뤄졌다. 인구 감소를 겪는 지방에선 ‘서울 8배’ 면적에 달하는 거대 선거구가 탄생했다. 현역의원 영향이 큰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놨고, 국민의힘에서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5일 국회에 제출된 획정안에 따르면 분구·통합으로 전국에서 6곳이 늘고 6곳이 줄었다. 시·도간 구역조정이 이뤄진 곳은 5곳이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에서 노원이 1석 줄었고, 경기도는 부천·안산을 1석씩 줄이는 대신 평택·하남·화성이 1석씩 늘었다. 인천에서는 서구가 1석 늘었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단일 선거구를 유지했던 종로는 구역조정에 따라 인접한 중구와 합쳐졌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또 한번 ‘정치 1번지’로서 상징성이 희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에서는 호남과 부산에서 다수 조정이 이뤄졌다. 전남은 의석 수엔 변화가 없지만, 순천이 1석 늘고 해안가 군 단위 지역 4곳이 3곳으로 줄었다. 부산에서는 남구 갑·을이 하나로 묶이고 북강서갑·을이 북갑·을과 강서구로 늘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기자회견 열고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세가 강한 수도권과 호남 선거구는 사라지는 반면 국민의힘 텃밭인 서울 강남과 대구·경북(TK)은 ‘칼질’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실제 선거구가 1석씩 줄어드는 노원·부천·안산은 민주당 다선 의원이 내리 당선된 지역이다. 당 내에선 이대로 총선이 치러질 경우 경선에서 ‘집안싸움’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강남도 줄여야 하는데 안 줄였다”며 “국토 균형 발전이나 지역대표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 지역의 민주당 의원은 “강서구 명지신도시는 부산의 3040세대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민주당 세가 엄청나게 강하다”며 “(부산은) 3개 선거구 모두 유리해졌다”고 했다.

국회 정치개별특별위 여당 간사 김상훈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정당별 유불리의 문제가 아닌 인구 변화에 따른 상·하한 기준에 맞춰 획정된 안”이라며 “큰 틀에서는 동의를 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리당략적 요인이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며 “프레임에 따른 조정이란 민주당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만 김 의원은 “구역조정은 여야가 같이 고민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구역조정된 선거구 중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강원과 경북은 ‘게리맨더링식’ 거대 선거구가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영동과 영서 지역 6곳이 합쳐진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은 면적이 서울 8배를 넘는다. 생활·문화권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구역조정이란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경북에서도 구역조정에 따른 경선 격화 가능성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방은 소지역주의가 강해 후보 출신지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점이 고려되지 못한 구역조정”이라며 “거대 선거구에서 후보가 난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지방 선거구가 줄어드는 추세이고, 거대 선거구가 등장할수록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야는 초안을 바탕으로 추가 협상을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게 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할 경우 국회는 획정위에 단 1번 재의 요구가 가능하다. 문제는 정당별, 의원별 이해관계가 뒤얽혀 논의가 끝없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21대 총선의 경우 선거일을 39일 남긴 3월7일에야 최종안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공천이 완료된 뒤 선거구가 바뀐 4년 전 상황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1월 중순까지는 획정을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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