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재판의 검찰측 핵심 증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5일 밤 차를 타고 가던 중 대형 화물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홍석희·김용재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탄 차량이 뒤따르던 대형 트럭과 충돌 사고가 나면서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이 대표와 관계가 있었던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다가 돌연 사망하는 등 모두 5명이 죽었다는 과거 사례도 재차 거론된다. 경찰은 일단 ‘사고’에 무게를 싣고 있으나, 유 전 본부장은 ‘사건’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일단 ‘사건 의혹’을 풀 열쇠가 될 화물트럭의 블랙박스 영상은 공개치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안성 경찰서 관계자는 “트럭 블랙박스 영상 공개 계획은 없다”고 했다. 다만 유 전 본부장 측이 경찰측에 수사를 의뢰할 경우엔 부득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될 수도 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변호사와 상의 후 트럭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경찰 수사의 쟁점이 될 ‘추돌이냐·측방사고냐’, 고의성 여부 등에 대해 짚어 봤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저녁 왕복 6차선 고속화도로서 ‘꽝’= 사고는 지난 5일 저녁 8시25분께 발생했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서울에서 지인과 저녁 식사를 한 뒤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집으로 향했다.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의 차량인 SM5를 대리운전기사에 맡겼고, 자신은 조수석에 탄 상태로 화성시 자택으로 향했다. 가고가 발생한 지점은 왕복 6차선 과천봉담도시고속화도로 상 월암IC를 2km 가량 앞둔 지점에서 발생했다.

3차선으로 달리고 있던 유 전 본부장이 탄 승용차는 2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했고, 달리던 8.5톤 화물차는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했다. 경찰에 따르면 2차선에 먼저 진입했던 차량은 화물차였고, 이를 확인치 못하고 유 전 본부장이 탄 승용차가 2차선으로 끼어들다가 두 차량간 충돌이 발생했다. 두 차량의 사고 당시 속도는 시속 약 100km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두 차량 모두 고속으로 달리던 상황에서 충돌이 발생하자 차체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승용차가 좌측으로 180도 가량 회전하면서 차량 후미가 중앙분리대를 충격했다. 이후 승용차는 정지했고 다행히 뒤따르던 차량에 의한 2차 추돌 사고는 발생치 않았다. 유 전 본부장은 다른 차량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두통과 요통을 호소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일 퇴원했다.

▶추돌이냐 접촉사고냐= 사고가 난 과천봉담도시고속화도로는 왕복 6차선, 편도 3차선으로 도로폭이 고속도로에 준한다. 차량 평균 속도 역시 속도제한에 이를만큼 빠르게 달릴 수 있고, 속도가 빠른만큼 한번 사고가 날 경우엔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올해 6월 해당도로에선 1톤 화물차가 정차중인 승합차를 들이받아 화물차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키도 했다.

유 전 본부장 사고의 1차 쟁점은 사고 책임 비율로 쏠릴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양태 역시 뒤에서 일방적으로 들이받은 추돌사고냐, 사고 차량들의 측면이 더 많이 부딪혀 일어난 접촉사고냐가 일단 쟁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두 차량의 충돌 부위는 화물차의 경우 우측 전방 모서리 부분과 승용차의 경우 좌측 후방 트렁크 모서리 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고에 대해 앞뒤가 부딪친 ‘추돌사고’가 아닌 측면 분위 충돌이 큰 ‘접촉사고’로 1차 판단했다. 사고 차량 간 책임 비율에 대해서도 경찰은 SM5 차량의 사고 책임 비율이 더 크다고 봤다. 경찰은 그 이유에 대해 2차로에 어느 차량이 먼저 진입했는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 화물차 진입이 우선이었고, SM5 차량이 더 늦게 차선을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근거로 경찰은 후행 차량의 블랙박스와 화물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고의냐 단순사고냐=유 전 본부장 측은 ‘고의적인 사고’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에서 들어가고 있는데 그거를 브레이크도 안 잡아 주잖아요. 수사 의뢰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경찰은 단순 접촉 사고로 1차적인 판단을 마친 상태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사고가 난 화물차량의 블랙박스 영상도 확인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고가 난 차량을 뒤따르던 블랙박스에 담긴 영상을 확인하면 1차선으로 달리던 화물 차량이 2차선으로 진입했고, 3차선에서 달리던 SM5 차량이 뒤늦게 좌측 깜빡이를 켜고 2차선으로 진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채널A가 단독 보도한 영상속에서만 보면 2차선에 진입한 트럭은 우측에서 접근해 들어오는 승용차량을 발견치 못한 듯 보이고, 승용차 역시 후방 2차선에서 접근하던 트럭의 존재를 인식치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트럭의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지 않은 것 역시 승용차 접근 상황을 인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의 차량을 몰았던 대리기사와 화물차 운전기사를 불러 1차 조사를 마쳤으나 고의사고 가능성에 대해선 ‘없다’고 판단을 내린 상태다. 일각에선 화물차 운전자가 노조에 가입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으나, 일반 개인화물차주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리기사 역시 고의 사고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본부장은 “채널A가 보도한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트럭 기사는) 오히려 속도를 내 받아 버립니다. 정지등이 안 나온다”고 했다.

▶정치권으로 불똥= 유 전 본부장이 탄 차량이 트럭과 부딪치는 사고가 나면서 정치권으로도 사태가 확전 양상이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검찰측 핵심 증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의 사과와 관련 “경찰이 관련 조사도 다 안 하고 단순 사고다, 트럭에 우선권이 있었다는 식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게 이상하고 정치적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YTN 방송 인터뷰에서 “음모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실체적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뉴스를 본 다수 국민들은 이거 ‘(영화) 아수라 속편 아니야’라는 식으로 생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여옥 전 의원도 “유동규씨 죽음의 문턱을 넘을 뻔 했네요. 밤 9시, 8.5톤 대형트럭이 유동규씨가 탄 차릍 뒤에 들이받았다. 유동규씨 차는 그냥 180도를 빙돌다 중앙분리대와 충돌했다”며 “소름이 쫙 돋는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는 자신의 SNS에 “이렇게 사람 입을 틀어막는구나. 나도 ○○○의 녹취를 깠다가는 죽이려고 하는거 아닌지”라고 썼다.

온라인 상에선 유 전 본부장 교통사고 소식에 이 대표의 비리 수사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한 주변인 5명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이 대표 지지층에선 “토사구팽당하는 건가?”, “국정원 마티즈 시즌2”, “검사 새X들 무섭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이 대표 지지층이 모인 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유동규 겁주는 검찰”, “김건희 의혹 시선 돌리기냐” 등의 반응이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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