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公기업 7광구 ‘뒷짐’질 때 시민단체는 日과 법정공방[세종시 돋보기]

우리나라의 시민단체가 옛 7광구를 비롯한 ‘한일공동개발구역’(JDZ) 공동탐사에 미온적인 태도의 일본을 상대로 한일대륙붕협정 이행을 촉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이 앞장서 양국 간 해묵은 문제 해결에 나서는 동안 우리 정부와 공기업은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11월 29일자 1·3면 참조

정부·公기업 7광구 ‘뒷짐’질 때 시민단체는 日과 법정공방[세종시 돋보기]

15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일본국의 시간끌기로 JDZ 내 유전 공동탐사·개발이 지연돼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전기료·가스료 인상 등의 직격탄을 맞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소송가액은 5000만 원이다. 국민 1인(5155만 8034명)당 1원에도 못 미치는 액수로 돈이 목적이 아니라 상징성에 무게를 둔 소송이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 사무총장은 “1978년 발효된 협정에 따라 양국은 50년 동안 공동의 이익을 고려한 석유·가스 등 천연자원 탐사·개발을 신의칙에 입각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일본은 2002년 이후 21년간 경제성과 코로나19 등을 핑계로 교묘하게 협정을 위반해 우리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7광구 문제를 두고 우리나라에서 일본 정부와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음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 남쪽과 규슈 서쪽에 위치한 JDZ는 7광구와 4광구, 5광구 일부를 포함한다. JDZ의 총면적은 8만 2557㎢로 남한 면적의 70% 정도다.

정부·公기업 7광구 ‘뒷짐’질 때 시민단체는 日과 법정공방[세종시 돋보기]

한일은 한때 JDZ에서 563㎢의 3차원 탄성파 물리탐사와 7개의 시험시추를 공동으로 벌인 바 있다. 이후 양국 관계가 악화했던 데다 국제해양법이 일본에 유리한 쪽으로 변경되면서 일본은 우리의 JDZ 공동탐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일본 정부가 2025년 6월 협정 종료를 통보한 뒤 2028년 6월 이후 JDZ 독식을 노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다행히 올 들어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7광구 문제도 해법을 찾으리라는 기대가 커졌으나 아직 양국 정부 사이에 공식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가 일본 정부의 진의를 확인하고자 법정 공방을 자처했으나 일본 측은 재판정에서도 일종의 ‘지연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재판부는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을 통해 일본 정부에 사법공조촉탁서류를 수차례 전달했으나 변호사 선임이나 답변서 제출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더 이상 재판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내년 2월에 선고기일을 잡아놓고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겠다고 엄포한 상태다. 이 사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협정 미이행과 금전적·정신적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겠지만, 7광구 문제에 대한 우리 사법부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유의미한 판결이 조만간 나오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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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모습. 오승현 기자

앞서 21대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협정 위반과 미이행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한일 공동위원회 개최 및 일본 측 조광권자 지정 등을 촉구하는 7광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아울러 국회는 우리 정부에 7광구에서 탐사와 개발이 지속 가능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독자적인 국내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7광구 문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사법부, 국회와 달리 정부는 사실상 일본 눈치만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년 만의) 7광구 공동탐사 재추진은 사실이 아니다”며 “양국 간 합의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우리 측 조광권자인 한국석유공사는 △2024년 JDZ 1500㎢ 규모 3차원 물리탐사 추진(한일 합의시) △2025년 7광구 잔여 지역 탐사권 출원 △2025년 JDZ 3차원 물리탐사 자료 해석 및 유망 구조 도출 등의 로드맵을 내부 목표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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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규(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 사진 제공=산업부

우리 정부와 공기업이 국민적 열망인 7광구 공동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애써 낮추려고 하는 것은 양국 정상의 교감 하에 양국 산업장관의 결단이 필요한 고차원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국 장관들은 자신의 자리 보존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라 7광구 문제에 매달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실제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비자금 의혹에 연루돼 경질설이 나돌더니 14일 사의를 표명, 사이토 겐 전 법무상에게 ‘대신’직을 내주게 됐다. 공교롭게도 일본국의 법률상 대표자였던 사이토 전 법무상은 김 사무총장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피고에서 주무부처 수장으로 변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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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취임한 지 석 달도 안돼 험지인 수원 출마를 종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15일 신임 산업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양국 장관이 이달 2일 5년 만에 재개된 축구 교류전을 계기로 오찬 형식의 간담회를 가지는 등 유대감을 키운 것도 모두 ‘헛일’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다소 안일한 문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산업부는 7광구 공동개발과 관련 “2028년 6월까지 협정의 효력이 존속하며 그 이후에도 일방 당사국이 협정 종료를 희망하는 시점 3년 전까지 타방 당사국에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효력이 지속된다”고 했다. 일본이 협정 종료를 통보하지 않으리란 근거 없는 믿음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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