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에 투자 심리가 살아나며 대기 자금이 크게 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올 3월 이후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긴축의 끝을 가늠하지 못해 단기 금융상품에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이 서둘러 투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15일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가장 최신 통계인 10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7.8회로 전달(16.9회)보다 0.9회 증가했다. 이는 올 3월 이후 최대다. 예금회전율은 예금지급액을 예금 평균 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예금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경제 주체가 은행에 맡긴 돈을 수시로 인출한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5월 16.3회에서 6월(17.4회), 7월(17.5회)까지 상승하다가 8월 17.2회, 9월 16.9회로 낮아졌지만 10월 들어 17.8회까지 상승했다. 통계기준으로 올해 3월(18.2회) 이후 최고 수준이다.

10월은 미국 국채 금리 10년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등 금융시장 긴장감이 높아졌던 때다. 오히려 주식 가격을 저점으로 본 소비자들이 투자에 나서거나,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등 위험 분산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과 이달 연이어 미 연준의 금리 긴축 종료 신호가 커지면서 앞으로 투자 심리는 더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방망이를 짧게 쥐라’는 조언이 나온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합계는 73조3701억원으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CMA 잔액은 지난해 말 57조원대에서 1년여 만에 약 16조원, 28% 불어났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자금을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발생한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운용 대상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형·머니마켓펀드(MMF)형·발행어음형 등이 있다. 은행 파킹통장처럼 매일 이자가 나오는 데다 수시입출금도 가능해 대기성 자금으로 활용된다. 수익률 또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한 3%대 중후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상품별로는 메리츠증권이 내놓은 온라인 전용 CMA ‘슈퍼 365’는 1만원(미화 500달러) 이상 돈을 넣으면 원 기준 연 3.15%, 달러는 4.45% 이자가 일 복리로 적용돼 매 영업일 제공된다. 하나증권의 ‘하나를 만나면 CMA’는 최초 가입일로부터 3개월간 1인당 300만원에 한해 연 7%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은행권에서도 파킹통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초단기 예금이나 파킹통장 금리 조건을 높이고 있다. 광주은행은 지난 4일 1000만원 이하 금액에 연 3%, 내년 12월4일까지 가입한 계좌에 1000만원 이하 금액에 한해 0.5%포인트 우대 금리를 제공해 최대 연 3.50% 금리를 주는 ‘365 파킹통장’을 출시했다.

저축은행권에서도 고금리 파킹통장을 선보이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이달 초 50만원 이하 예치금에 조건 없이 연 7% 기본금리를 제공하는 ‘OK짠테크 통장’을 내놨다. 예치금이 50만원을 초과해도 기준금리 수준인 연 3.5% 이자를 준다. 애큐온저축은행의 ‘플러스자유예금’은 2000만원까지 최대 4.1%를 제공한다. SBI저축은행의 ‘사이다입출금통장’과 신한저축은행의 ‘참신한 파킹통장’은 모두 1억원 이하 금액에 조건 없이 3.5% 금리를 매일 지급하고 있다. NH저축은행의 ‘FIC-One’ 보통예금도 1억원까지 최대 연 3.8%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소액 한도에 고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 상품군이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데다 파킹통장은 해지의 번거로움이 없어 젊은층의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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