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힌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의 입법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관련 법안인 형법 개정안이 의원 입법과 정부 입법 형태로 각각 국회에 제출되긴 했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논의로 이어지진 않은 단계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을 골자로 지난 10월말 정부가 제출한 형법 개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에 앞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 및 최근 국민의힘에 합류한 조정훈 의원이 각각 7월말과 8월초 대표 발의한 형법 개정안도 법사위에 있다.

각 법률안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현행 사형제도와 무관하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란 점은 공통적이다. 조 의원 대표발의안의 경우 가석방 없는 무기형과 별개로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형의 수감 기간 요건을 현행 20년에서 25년으로 높이고 가석방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15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형법은 형벌의 종류를 가장 무거운 사형부터 9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징역형과 금고형은 기한이 없는 무기 형벌이 가능하다. 그런데 현행 규정은 무기형을 선고받았어도 ‘형벌 기간이 20년이 지나고, 행상(行狀)이 양호해 뉘우침이 뚜렷한 경우’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로 인해 흉악범죄에 대한 무기 형벌에 허점이 있고,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올해 7월 이른바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되거나 성폭행을 목적으로 이어진 살인범죄 등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 신설 목소리가 공론화됐고 이후 법안 제출이 이어졌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 “저도 찬성 입장…한다면 사형제 대체하는 쪽으로”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 [연합]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과 관련해 “저도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한다면 사형제를 대체하는 쪽으로 하는 게 옳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라고 밝히면서 국회 논의 상황이 주목받게 됐다. 하지만 아직 적극적 논의로 나아가진 않은 상태다.

먼저 제출된 서영교 의원 대표발의안과 조정훈 의원 대표발의안은 각각 지난 8월 법사위에 상정됐다.

해당 법률안들에 대한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최근 신림역·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흉악범죄자의 사회 복귀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려는 개정안들의 취지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개정안에 따를 경우에도 상대적 종신형에 해당하는 기존의 무기형은 여전히 존치되기 때문에 절대적 종신형 도입으로 죄질에 따른 단계적 처분이 가능해져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점, 절대적 종신형의 경우에도 사면 제도를 통한 사회 복귀 가능성이 열려 있어 위헌성 문제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절대적 종신형 도입의 긍정적 요소로 꼽았다.

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절대적 종신형을 운영하는 경우에도 이를 사형제 폐지의 대체형벌로서 도입한 것이기 때문에 개정안들과 그 배경이 다소 상이하다”며 “절대적 종신형에 대해서 위헌성에 대한 지적과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사회복귀라는 행형의 목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이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 여부는 앞서 살펴 본 찬반론의 근거들을 감안해 국민의 법감정, 형사정책적 기능 및 해외 입법례 등의 고려와 함께 사회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사료된다”고 했다.

법무부가 주도해 제출한 정부 법률안의 경우 법사위 회부만 됐을 뿐 아직 상정도 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개정안은 무기형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으로 구분하도록 하고, 법원에서 형사재판 피고인에게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사위 내 논의 우선 대상은 아냐…“상황 가변적”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

법사위 내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 관련 형법 개정안은 소관 고유법 가운데 논의 대상 우선 순위에 놓이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법사위 소관 고유법은 1600개가 넘는다.

아울러 주무 부처라고 할 수 있는 법무부가 법 개정을 강조해왔다는 점도 입법의 주요 변수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 입법의 경우 최근 여당인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으로까지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입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개정안 마련을 주도해 정부 법률안을 냈기 때문에 법률안이 통과되고 시행되면 ‘한동훈법’으로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개정이 이뤄지려면 여당의 적극성과 함께 의회 다수당인 야당의 긍정적 동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현 논의 수준에 더해 여야가 본격적인 총선 모드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21대 국회 내 통과될지 미지수란 전망도 나온다.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상황이 가변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장 무거운 형벌인 사형제와 관련해선 헌법재판소가 2019년 2월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한 이후 계속 심리 중이다. 1997년 12월 마지막 집행 후 실제 집행되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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