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륙아주 회의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세연·박지영 기자] 10대 로펌 중 가장 성장세가 가파른,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 21.1%를 기록한, 업계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인증제를 선보인, 신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법조계에서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붙이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대륙아주는 로펌의 전통 업무인 송무·자문도 강하지만 해외사업, 인공지능(AI) 개발, 의결권 자문 서비스 등 신사업에 도전하는 로펌으로 유명하다.

“리스크가 두렵지 않느냐”고 묻자,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연수원 22기)는 “로펌은 매일 혁신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며 “현상 유지는 존재할 수 없는 단어”라고 했다. 이어 “진취적이라는 평판을 듣는 것에서 나아가 대륙아주가 퍼스트 무버(선도자)로서 확실히 자리잡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부터 대륙아주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최근 만장일치로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새 임기 첫날 헤럴드경제와 만난 이 대표는 청사진을 묻는 질문에 “새로운 개념의 메이저 로펌 탄생을 구상하고 있다”며 “신사업 개척을 통해 무한경쟁 상태인 법률시장의 외연 확대에 기여하는 메이저 로펌이 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소감을 말하자면.

▶내부 구성원들이 저를 좋게 평가해줬다는 점에서 감사한 마음이다. 사실 운이 좋았다. 다행히 최근 경영 성과와 실적이 상당히 좋았다. 다만 무거운 책임감도 든다. 앞으로 다가올 2년이 아주 중요한 시기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메이저 로펌으로 올라가느냐, 추월당하느냐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새로운 청사진을 밝혀줄 수 있을지.

▶단순한 변호사 숫자·로펌 규모의 성장 등은 양적·질적 측면에서 상당히 성취했다고 자부한다. 6년 전 취임 당시 변호사 수가 약 170명이었는데 현재 250명까지 늘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다. 앞으로의 청사진은 ‘새로운 개념의 메이저 로펌’ 탄생이다. 패러다임을 전환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 대륙아주는 로펌 중 최초로 생성형 인공지능(AI) 법률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다. 향후 AI, 해외사업 등 신사업을 개척해 법률시장 전체를 바꿔보겠다.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이 21.1%를 기록했다. 10대 로펌 중 1위다. 비결이 무엇인가.

▶지난해 비약적 성장의 가장 큰 원인은 대륙과 아주라는 두 기둥의 완전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라고 생각한다. 대륙아주의 강점은 다른 대형 로펌과 비교했을 때 신속한 의사결정과 역동적인 대응에 있다고 생각한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이유를 꼽자면.

▶대형 로펌일수록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하지만 대륙아주는 신사업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의사 결정이 빠르다. 보고가 올라오고 경영진이 결정을 하면 곧바로 실행에 들어간다.

-올해에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을 기대해도 될까.

▶아직 조심스럽지만 한 자리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법률시장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다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올해는 신사업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나왔다. 지난 6월 설립돼 법무법인과 협엽하고 있는 세무법인 대륙아주가 상당한 매출을 기록했다. 법무법인과 세무법인의 매출을 합산하면 올해 연매출 1000억원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또한 중대재해자문그룹 등 신사업을 개척한 팀이 매출 성장을 크게 견인했다.

-올해 대륙아주의 가장 뜻 깊은 성과는 무엇인가?

▶세무법인 출범이다. 사실 세무 분야는 기존의 메이저 로펌이 이미 주도권을 장악해서 진입이 쉽지 않다. 처음엔 걱정도 많이 했지만 한승희 전 국세청장을 영입해 규모를 키우면서 예상했던 것 보다 . 더 좋은 성과를 냈다. 메이저 로펌이 반드시 갖춰야 할 팀이 조세, 공정거래, IP(지적재산권) 3개 인데 이제 우리도 이를 모두 갖췄다.

이규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륙아주 회의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대륙아주의 수식어엔 ‘업계 최초’가 붙는 경우가 많다. 예를들면 중대재해인증제가 있다.

▶맞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라는 강점 덕분에 이뤄낸 업적이다. 국내 로펌 중 최초로 대한산업안전협회와 공동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인증제(SCC)’를 도입했다. 지금도 우리만 하고있다(웃음).

-중대재해인증제에 대해 설명해달라.

▶쉽게 말하면, 세스코의 위생 마크와 비슷하다.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식당에 대해 세스코가 일정한 기준을 두고 통과하면 인증을 해주지 않나. 우리도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심사팀이 100여개 평가항목을 심사해 현장 심사를 거쳐서 안전관리를 잘 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인증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 현대제철, 효성중공업, 한국수력원자력,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기업이 인증심사를 마쳤거나, 심사를 받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고, 불행히 중대재해 사고가 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형사처벌 리스크가 감면될 수 있다.

자문 외에도 대륙아주는 헤럴드경제와 함께 기업들의 의견을 공론화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매월 국회, 행정부, 법조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연사로 초청해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종합했을 때 안전 분야의 기업 주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AI를 활용한 법률서비스 개발에 뛰어든 것도 로펌 중 대륙아주가 최초다.

▶맞다. 지난 6월 리걸테크 스타트업인 넥서스AI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대륙아주는 수십년간 축적해온 소송, 자문 사례 등을 제공해 AI의 학습을 지원하고, 넥서스AI는 법률상담 챗봇 개발을 담당했다. 다른 로펌에선 넥서스AI의 제안에 대해 다소 소극적이었다고 하던데, 우린 적극 받아들였다.

-현재 진행 단계는 어느 정도인가.

▶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다. 내년 초 네이버를 통해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넥서스AI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덕분이다. 아직 챗GTP는 우리 법률시장에서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대륙아주가 공동 개발한 AI가 ‘대답을 정확하게 잘 한다’는 소문이 나면 좋겠다(웃음).

당장 출시 예정인 법률상담 챗봇은 무료로 누구에게나 공개되지만, 사실 AI가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료가 축적되면 판결 예측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리걸테크가 예민한 문제이긴 하지만 AI는 개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단, 변호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업무를 돕는 방향으로.

-지난해 2월, 이정란 변호사를 대표변호사로 선임해 화제였다. 대형로펌 사상 첫 40대 여성 대표변호사였기 때문이다. 당시 어떤 의사결정이 있었나.

▶대륙아주가 지향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었다. 대륙아주는 ‘커나가는’ 로펌이다. 도전도 하고, 혁신도 해야 한다. 이러한 철학을 고려했을 때 젊은 여성 변호사를 대표변호사로 발탁하는 게 좋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있었다. 물론 이런 판단과 별개로 이정란 대표의 능력과 내부 구성원들의 신임도 그 자체로 깊었다.

-선임 이후 내부 반응은 어땠나.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잘했다. 사실 첫 임기 2년 간은 본인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대표는 그렇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활동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연임에도 성공했다. 역동적이고 젊은 대륙아주를 만들어 가는 데 이정란 대표가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형 로펌 최초로 의결권 자문사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그렇다. 사실 이 분야가 당장 흑자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아니고, 기존의 금융업체 의결권 자문사도 업무를 잘 하고 있다. 하지만 공익적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은 국민연금·대기업 등이 국내 안건을 처리하면서 외국계 업체의 자문을 받고있다. 국가적으로 손실이지 않은가. 신뢰받을 수 있는 의결권 자문사를 키워볼 생각으로 수년간 적자를 볼 각오로 시장에 진출했다.

-기존의 금융업체가 아닌 로펌만이 갖고있는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로펌의 강점은 법률에 근거한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의사결정 구조를 한층 객관화할 수 있다. 올해 초부터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226개 상장사 주주총회의 1402개 안건을 자문했다. 자본 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만드는 데 로펌이 기여하고 싶다.

이규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륙아주 회의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따. 이상섭 기자

-대륙아주는 해외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 대륙아주는 국내 로펌 중 최초로 미국 워싱턴 D.C.에 사무실을 열었다. 미국은 사무실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 우리 로펌들이 진출을 꺼리는 지역이다. 2년 이상 준비해 기존의 소송 업무가 아니라 기업 보안 자문, 위탁 보안 관리, 현지 정보 제공 등에 대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성과가 나오고 있나.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성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한국에 들어오려는 미국 기업 등을 지원하려면 아무래도 현지의 워싱턴 사무소에서 조력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현재 사무소에 2명이 상주하고 있는데 앞으로 변호사를 파견해 보강할 계획이다.

-미국 뿐 아니라 아프리카에도 진출했다.

▶아프리카는 미래의 땅이다. 대륙아주 아프리카그룹은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 회장인 티모시 디킨스 외국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에 다양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엔 한·아프리카 재단과 업무협약도 맺었다.

-로펌의 아프리카 진출이라니 사실 생소하게 느껴진다.

▶아프리카엔 무한정한 에너지 자원이 있다. 철도·통신 등에 대해 국내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다. 이때 법률적인 이슈를 우리가 도맡아서,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지금은 다들 콧방귀를 끼고 있을지 몰라도 세상 일은 아무도 모른다. 나는 ‘T.M.F.’라는 말을 좋아한다. ‘Target Move First’의 줄임말이다. 빨리 움직여서 타깃을 잡아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로펌도 기본에 충실하되, 신사업에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륙아주는 ‘어떤’ 로펌으로 수식될 때 가장 정확한가. 오늘 “최초”, “도전”이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바깥에서 대륙아주는 ‘진취적인’, ‘도전적인’ 등으로 표현될 때가 많다.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서 그런 듯하다. 나도 이 말을 좋아한다. 도전하고 성장하는 로펌이 대륙아주다. 물론 실패도 할 수 있지만 성과를 내려면 우선 뭐라도 해야하지 않나. 나는 가만히 있는 것은 싫어한다.

[이규철 대표변호사가 걸어온 길]

▷1964년 출생

▷1987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사법연수원 제22기 수료

▷1993년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 임용

▷1995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2004년 서울고등법원 판사

▷2006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조세)

▷2008년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지원장

▷2010년 대륙아주 구성원 변호사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팀 특별검사보(대변인)

▷2018년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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