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금융 불안이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시공 능력 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신청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당장 금융 불안이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28일 ‘금융안정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사실 저희가 지금 상황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금융시장 안정 등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만에 하나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한은과 정부가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도 “금융불안지수(FSI)가 태영건설 때문에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현재 실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시스템의 단기적인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FSI는 11월 19.3(주의단계)로 지난 5월(17.8)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이는 다만 지난해 말 자금경색 사태(24.3)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김 국장은 “12월 FSI는 마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전환 기대 등으로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약간 내려온 것으로 되어 있다”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 스프레드나 이런 부분이 크게 확대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향후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할 가능성과 관련해 김 국장은 “작년 4분기와는 다른 모습”이라며 “가격 지표나 물량 지표, 금리 스프레드 등 별다른 변동성 확대는 없다. 물량의 경우 아마 계절적 요인(연말 회계 마감) 때문에 줄어들고 있어 오늘 발표된 소식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사실 확인할 길이 없는 것 같다. 일단 이 부분은 조금 더 지켜봐야 된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제공]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정부의 PF대주단 협의체가 오히려 부동산PF 부실을 지연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기존에 문제된 PF 사업장에 대한 PF대주단 협약이 여러 가지로 진행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태영건설이 나온 것이지, 질서 없게 진행하던 중에 태영건설이 부각된 것은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PF대주단 협약을 가동해 효과가 없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안보고서에서 질서있는 부동산PF 구조조정을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은 “부동산경기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정책당국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PF 사업성을 재평가해 지원 여부를 판단하되, 부동산PF 정리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대주단들이 자율적 협약을 통해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국장은 “대주단 협약을 통해 여러 가지 대안이 나오고 채권단끼리 논의가 이어질 때는 예를 들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서 보증을 조금 더 도와주는 등 지원안을 정부가 마련하고 있지 않나. 대주단이 진행하는 자율 협약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제공]

향후 고금리 장기화로 건설사 등의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되면서 추가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그 근거로 과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와는 달리 부동산 PF가 사업장을 기준으로 여러 금융기관이 참여해 부담을 나누는 점을 들었다. 김 국장은 “저축은행 사태는 일단 상대적으로 브릿지론(2금융권 단기차입금)이나 이런 부분이 과감히 들어오면서 부실이 컸던 부분이 있고, 지금은 상대적으로 저축은행 비중이 적다”면서 “부동산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활용도가 크다. 시장성 자금조달 수단이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리스크를 나눠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대주단 협약을 통해 질서 있게 정리하는데도 부동산PF 불안이 끊임 없이 나온다’는 지적에도 “지금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사업장이 300개, 전체적으로 3000개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있겠나.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부분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조금씩 돌출되는 이벤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김 국장은 “부동산 PF 부실 규모를 판단하는 핵심은 미래 분양 가능성이나 현금흐름 상황인데 이건 금리 등 거시경제 여건과 연결돼 사업장별로 평가해야 한다”며 “감독 당국이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국내외 금융경제 전문가 82명에게 올해 하반기 중기적인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 요인을 물은 결과, 63%가 ‘부동산 시장 회복 불확실성’을 꼽았다. 한은은 “지난 상반기와 비교하면 주요 리스크 요인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큰 편으로 평가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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