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28일 비대위 인선을 발표했다. 지명직 8명, 당연직인 비대위원장·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국민의힘이 밝힌 비대위 구성 방점은 ‘신선함’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인선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인선의 중요 특징은 지명직 8명 중 7명이 정치권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 비대위원장이 여러 다양한 분야에 있는 분들의 목소리를 강화하려고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정치신인과 젊은 세대 위주로 비대위를 꾸리면서 새 비대위는 ‘신선함’은 잡았다는 평가다. 다만 이날 발표된 일부 비대위원들의 과거 이력과 발언 등을 봤을 때, 이들을 당이 강조했던 목표 ‘포용적 정당으로 거듭난 후 총선 승리’를 이끌 지도부로 세우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뒷말도 나온다.

◇ 민경우 “노인네들 너무 오래 살아”

먼저 논란이 된 비대위원 지명자는 민경우 민경우수학연구소장이다. 민 소장은 지난 10월 17일 ‘우리 시대 우상과 이성을 묻는다’라는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세대 간 갈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인간과 인간은 토론을 통해서는 잘 (협의가) 안 된다”며 “지금 가장 최대의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빨리빨리 돌아가셔라”라고 말했다.

이어 “우상을 믿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신념이) 깊다”며 “이걸 어떻게 해결할 거냐. 아까 좀 극단적인 표현을 썼지만, 새로운 세대가 올라와서 자연스럽게 선배들을 밀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소장은 당시 발언 직후 실언에 대해 “극단적인 표현을 썼다”며 사과했고, 비대위원 지명 직후에도 본 뜻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신중치 못한 표현이 있었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해 7월 비슷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는 만큼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일천만 노인세대의 지지를 받고 싶다면 망언을 한 민 소장을 즉각 사퇴시키고, 이런 실수를 저지른 한 비대위원장은 즉각 사과하라”고 했다.

◇ 박은식, ‘이준석 지지자, 가스라이팅 당한 노예’

박은식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 위원(호남대안연대 공동대표)이 지난 2022년 1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을 괴롭히는 것은 곧 우리 2030을 괴롭히는 것이다’라고 지지를 보내는 게 과연 정상인가”라면서 “난 아무리 봐도 가스라이팅 당하는 노예로 보이는데?”라고 적었다. [사진=박은식 호남대안연대 공동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또 다른 비대위원으로 지명된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의 과거 페이스북 발언도 ‘극우’ 논란에 휩싸였다. 박 대표는 2022년 1월 대선 정국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이준석 당시 대표의 지지층을 겨냥해 “자기 제안 안 받아준다고 두 번이나 뛰쳐나가 버리고, 대선배에게 ‘연습문제 풀어오라’는 싸가지 없는 정치인에게 ‘이준석을 괴롭히는 것은 우리 2030을 괴롭히는 것’이라며 지지를 보내는 게 과연 정상인가? 난 아무리 봐도 가스라이팅 당하는 노예로 보이는데?”라고 적었다.

박 대표는 현재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1월 인재영입위원 지명 당시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가스라이팅 당하는 노예’ 등 해당 발언에 대해 “이 전 대표에게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고 호남 행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도 올렸다”며 “그런데 청년 정책에 대해 단순히 정책을 보는 것이 아닌 사람만 대입해서 보는 것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페이스북) 글을 모두 지우고 닫아버릴까 생각했는데 다만 이렇게 나설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과 함께 당장 현실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니니 (삭제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인 바 있다. 현재 박 대표는 비대위원 지명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한 상태다.

◇ 與 “기대된다”…野 “국민 우습나”

야당은 이같은 인사를 두고 “비대위 면면이 가관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민 소장은 어르신들을 비하하는 극언을 일삼았고 박 대표는 망언 제조기”라며 한 비대위원장을 향해 “이런 어이없는 사람들을 내세우다니 국민이 우습냐”고 직격했다.

여당은 ‘새로운 인물’이라면서 기대를 표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조정훈 의원은 이날 인선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좋은 조합이다. 첫 회의에 앉아있을 비대위원들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의총 중에 비대위 인선 속보가 나왔는데 의원들이 ‘좋네?’ 라고 반응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여권 관계자는 “논란들을 정확히 들여다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면서 “새 지도부가 알아서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비정치인을 비대위원에 대거 넣은 것은 ‘혐오스러운 정치권 VS 때묻지 않은 비대위 구도’를 어필하기 위함”이라며 “의도가 충분히 어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논란이 된 민경우 대표의 경우 악의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비대위 새 출발에 재를 뿌리게 된 격이 됐다”며 “사퇴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민경우 대표 사례는 한 비대위원장이 장관 재직 시절부터 비판받았던 ‘부실 인사검증’의 연장선”이라며 “한 비대위원장 스타일상 인선을 쭉 밀고 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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