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 운동권 정치 청산’이 당의 총선 전략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86세대 무능과 당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메시지를 부각해 더불어민주당과의 진영·세대 대결을 설정하면서다. 문제는 고정 지지층(보수성향·고령층) 잡기에만 치중된 전략에 중도층 민심은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장의 ‘민주당 때리기’는 비대위원장 취임 당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주류인 86 운동권 세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강하게 때리며 ‘국민의힘’은 다르다는 차별화를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당내에서도 86세대 대표주자인 송영길 전 대표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을 계기로 ’86용퇴론’을 주장했지만, 한 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 ’86세대 vs 97세대’ 대결구도만 열중…민생은 어디에

한 위원장의 86운동권과의 대결구도는 비대위원장이 수락 연설에서부터 강조하던 부분이다. 그는 연설 초반부터 “중대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것이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폭주의 주체도 ‘운동권’을 지목하며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이 486·586·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무엇보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운동권과 개딸(강성 지지층) 세력과 결탁해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들을 막기 위해 “저는 용기 내기로 결심했다”라는 한 위원장의 발언은 그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배경이자 정치권에 등판한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이 연설에서 ‘사법리스크·운동권 특권·개딸 전체주의’ 단어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도 ’97(90년대 학번·70년대생)세대’ 대표주자인 자신이 이들을 막기 위해 등판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함께 대결구도를 형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다 보니, 한 위원장은 이 대결 구도를 굳히기 위해 첫 출근 당시에는 “민주당은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 존엄으로 모시나”라고 민주당과 이 대표를 쌍끌이 직격하는가 하면, 비대위 첫 회의에선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등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적 구성 역시 비(非)정치인 중심의 ‘789(70~90년대생) 세대’에 초점을 맞추며 세대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의 대결 구도는 소위 집토끼라고 불리는 고정 지지층(보수성향·고령층)을 잡기에는 탁월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그동안 역대 선거에서 여야가 ‘캐스팅보트’로서 잡으려고 총력을 쏟았던 중도층 표심을 얻으려는 행보와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더욱이 세대교체를 앞세운 비대위원 중 일부 인사는 편향적 정치 성향이 논란이 됐고, 야당에선 ‘극우 위원회’라는 조롱을 듣는 실정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취임사에서) 자극적인 발언이 나온 것은 사실이나 현재로선 중요한 중도층을 빼고 간다고 평가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우리 당의 적극적인 지지층에게 열광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도록 자극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캐스팅보트’ 중도층도 중요한데…고정 지지층만으론 ‘위험’

무엇보다 최근 중도층 표심의 향방은 민주당을 향해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3.1%p)한 결과, 민주당은 41.6%, 국민의힘은 39%로 나타났다. 이 중 중도 성향의 응답자는 41.8%가 민주당을 34.6%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양당의 격차는 7.2%p다. 다만 이 격차는 소위 ‘한동훈 효과’로 다소 줄어든 결과라는 것이다. 이 당시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추천하고 수락받을 시점이었다. 직전(지난 14~15일·전국 성인 1002명)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민주당(44.7%)은 3.1%p 하락을 국민의힘(36.7%) 2.3%p 상승했다. 중도 성향의 응답자도 민주당(46.3%)은 4.5%p 줄었고 국민의힘(31.4%)은 3.2%p 상승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상승폭을 두고 ‘한동훈 효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당내에선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따른 ‘컨벤션 효과’이지 중도층 표심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당 관계자는 “중도층의 관심사 중 하나는 사실 인물론인 만큼, 지금 한 위원장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나왔으니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과 내부 결속 그리고 중도 확장이라는 모든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조금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느낌은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한 위원장의 세대 대결 구도는 핵심 지지층을 잡을 수 있어도 중도층 민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총선을 앞두고 ‘캐스팅보트’인 중도층을 확보하지 않으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중도층이 중요한 것이 아닌 ‘핵심 지지층’만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대선과 동일한 상황이 펼쳐지면 유권자들은 보수 정당이 좋아서가 아닌 이 대표가 미워서 우리를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선 출범한 상황이니 두고 봐야 한다”며 “잘못 접근하고 있는 것 같지만, 대선하고 총선은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운동권 대 비(非)운동권 프레임은 지난 대선 당시 활용했던 선거 전략 아닌가”라면서 “지난 대선에선 효과를 본 만큼 유효한 선거 전략이긴 하지만, 국민들이 한 위원장에게 원했던 것은 대통령과의 차별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 활용하기에는 한발 늦은 전략”이라며 “대통령 지지율보다 정당 지지율이 우위인 구조와 (대통령에 대한) 비토(거부) 그룹이 높은 상황에서 핵심 지지층만 찾겠다는 것은 선거 전략이 동일했던 강서구청장 보선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뷰’가 좋은 정치뉴스, 여의뷰! [사진=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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