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28일 서울 여의도에 태영건설 본사에 걸린 깃발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 회사채와 여전채 등 회사채 물량이 153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재무 개선 작업) 신청으로 채권 시장이 급랭한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여부에 따라 업종별, 등급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회사채는 69조8596억원어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만기 물량(58조628억원)과 비교할 때도 10조원 이상 많다. 이중 신용등급 ‘A+’ 이하 비우량 회사채의 만기는 18조1228억원으로, 전체의 26% 수준이다.

내년 만기를 맞는 여전채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내년 카드·캐피탈채의 만기 도래 물량은 카드채 28조4500억원, 캐피탈채 54조5034억원 등 총 82조9534억원이다. 따라서 전체 만기 회사채 물량은 일반회사채 물량까지 더한 총 153조원이나 되는 셈이다.

이처럼 회사채 만기 물량이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와 올해 금리가 본격 인상되면서 발행사들이 조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만기가 짧은 1∼2년짜리 채권 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시장 금리가 내려가자 기업들의 차환 발행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등급이 ‘AA-‘인 기업의 회사채(무보증·3년물) 금리는 10월 말 고점 4.908%에서 이달 29일 3.898%로 두달 간 100bp(1bp=0.01%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특히 여전채는 시장에서 ‘없어서 못 살 정도’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급격한 금리 하락세를 보였다. 11월 중순까지만 해도 5%가 넘던 여전채 금리는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최근 4.1%대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계절적으로 볼 때도 1월은 기관들의 자급 집행이 재개돼 채권이 강세를 보이는 ‘연초효과’가 기대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예상보다 빨랐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4월 총선 전까지는 부동산 PF 부실이 어떻게든 터지지 않고 관리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번 달부터㎠ 당국이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하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증권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4조5800억원으로, 금융업권 총 자산의 0.09% 수준이다.

[123rf]

이미 정부는시장안정을 위해 건설사 발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건설사 보증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또 저신용 기업들의 시장성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 규모도 확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PF와 연관된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은 불가피하기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건설사 신용등급을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채 시장 역시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상당해 조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에 대한 제한적인 익스포저 규모와 정부의 발 빠른 지원책을 고려할 때 시장 충격은 제한될 것”이라면서도 “건설업종 추가 부실 가능성과 제2금융권의 손실 우려로 여전채와 (신용) 하위 등급 중심으로 스프레드 갭은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