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시장에서 최대 수출 대상국이었던 중국이 토종 브랜드들의 약진의 힘입어 ‘화장품 수출 대국’ 자리를 노리고 있다.
2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11월 중국의 대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9억3500만 위안(약 171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전년 동기(2억5800만 위안)와 비교하면 250% 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사실 중국 토종 화장품 브랜드들은 10년 전부터 해외 진출의 문을 두드려왔다. 중국 자연주의 한방 화장품인 바이차오지는 2008년 프랑스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유럽 최대 화장품 편집숍인 독일의 더글러스에 입점하는 등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색조화장품 브랜드인 마리따이쟈는 세포라 입점을 통해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8개국에 진출했다.
후발주자들의 공세도 무섭다. 2020년에 설립된 후 중국 대표 색조 브랜드로 자리잡은 인투유는 이듬해 한국·미국 등과 함께 뷰티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에 진출, 큐텐·라코어·아마존재팬 등 온라인몰에 집중적으로 입점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현재는 로프트와 도큐핸즈 등 오프라인 매장 500여곳에도 입점된 상태다.
인투유 관계자는 제일재경에 “우리는 일본을 통해 해외 시장에 빠르게 침투했고, 한국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며 “올해는 북미시장 개척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지난해 상반기 중국에서 수입한 색조 화장품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5% 증가한 61억엔을 기록했다. 특히 아이메이크업 수입액은 34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이상 폭증했다.
그간 중국은 일본의 최대 화장품 수출국이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은 중국 화장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와 한국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전세가 역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화장품은 동남아 시장도 사로잡았다. 해관총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국 화장품의 대베트남 수출은 4761만 위안으로 전년(742만 위안) 대비 약 500% 늘었다. 같은 기간 대인도네시아 수출은 전년 동기의 289만 위안을 크게 뛰어넘은 1억5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 화장품 업계에서는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일재경은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반적으로 볼 때 중국산 화장품의 해외 진출은 이제 시작”이라며 “아직 입지를 굳힌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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