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연합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 후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태영 임직원 자녀로 추정되는 사람의 글이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다.

이 사람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태영에 우리 아빠 20년 넘게 다니고 계신데, 안 망했음 좋겠다”며 “물론 곧 퇴직 나이시고, 딸 둘 다 대학졸업하고 취직했지만 다른 임직원들은 아직 고등학생, 중학생 자녀 있는 분들도 계실거 아닌가. 다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 정말로”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글에는 ‘산업은행도 껴 있으니 정부가 살려주겠지, 화이팅’, ‘정부가 살려준대도 고강도 구조조정은 할거야. 할 수 있을 때 나오라 하셔’, ‘워크아웃 나면 나이 많은 임직원 구조조정부터 푸시 들어옴. 예견된 수순이긴 하나 아버님은 피해 가셨으면 좋겠고 혹여나 안좋게 되더라도 이 업계가 기술로 먹고 사는 곳이라 이직하면 받아줄 곳 많을 것. 너무 걱정 마시길’ 등의 댓글이 달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채권자 설명회를 마친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전날 열린 채권자 설명회에서 경영진의 실책을 인정하고, 워크아웃 동의 등을 요청했다. 이상섭 기자

한편,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크아웃 개시 전제 조건인 첫 번째 자구안을 모두 이행했다는 발표를 내놓은 것과 관련해 채권단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에서는 오너 일가가 개인 명의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지난 4일 태영그룹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자료를 내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전액을 약속대로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매각대금 1549억원 중 400억원은 워크아웃 신청 직후 태영건설의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에 사용됐으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티와이홀딩스에 청구된 연대채무 중 리테일 채권 상환에 890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59억원도 전날 태영건설 공사현장 운영자금 등에 모두 투입됐다고 티와이홀딩스는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과 당국은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에 갚은 돈을 태영건설을 지원하는 자구안으로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관계자도 태영 측 발표에 “말장난하면 안 되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으로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를 갚은 것도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개인 몫을 일부 빼돌리기까지 했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 중 티와이홀딩스 지분 1133억원을 제외한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지분 몫인 416억원인데 이 돈의 행방이 물음표라는 것이다. 채권단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씨 몫 513억원도 태영건설에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태영 자구안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태영건설에 대해 작심 비판을 하고 나섰다.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이번 주말까지는 내놔야 한다는 최후통첩도 날렸다.

이 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이 협력업체나 수분양자, 채권단 손실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제일 최소한의 약속부터 지키지 않아 당국 입장에서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전날 발표한 자구계획에 대해 “채권단 입장에서는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일가 자구계획”이라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는 표현을 쓰며 질타했다.

그는 “태영건설의 자구계획을 보면 ‘견리망의(見利忘義·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는다)’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며 “태영건설은 시공·시행을 한꺼번에 맡아서 하면서 1조원 넘는 이익을 얻었고, 이중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 재산증식에 기여했는데 부동산 다운턴에서는 대주주가 아닌 협력업체·수분양자·채권단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태영그룹과 채권단·당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워크아웃 성사를 가르는 분수령은 이번 주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말에는 통상 고위급 협의체인 ‘F4’ 회의가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주요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태영 측이 제시하는 추가 자구안 내용에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할 시 법정관리 시나리오까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오는 5일 주요 채권단을 소집해 태영건설의 추가 자구안 필요성 등을 논의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중 워크아웃에 영향을 줄 만큼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은 채권자가 회의 참석 대상이다.

산은이 파악한 태영건설의 채권단 609곳 중 500억원 이상 익스포저가 있는 곳은 60여곳이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강도 높은 자구안이 필요하다고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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