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5사 엠블럼. (윗줄 왼쪽부터)현대자동차, 기아, 지엠 한국사업장 '쉐보레', 르노코리아자동차, KG모빌리티. 사진=각 사
국내 완성차 5사 엠블럼. (윗줄 왼쪽부터)현대자동차, 기아, 지엠 한국사업장 ‘쉐보레’, 르노코리아자동차, KG모빌리티. 사진=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올해 2024년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큰 변화의 물결이 예상됩니다. 다행스런 건 긍정적 변화가 더 많다는 건데요. 그 징후는 이미 지난 1년간의 실적에 반영돼 있습니다.

먼저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한국,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활약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건데요. 이같은 움직임과 함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회를 전기차 전용공장인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연 것도 업계에서는 신선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해 실적부터 볼까요.  

8% 성장했지만 ‘800만대 돌파’ 기록 놓친 국내 완성차 5사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해 GM 한국사업장,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사의 지난해 판매 실적이 나왔습니다. 당연한 결과지만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 ‘1·2등’ 답게 내수와 수출 모두 준수한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GM 한국사업장은 트랙스 중심으로 수출 상승세를 과시했으며, 신차 효과가 사라진 르노코리아자동차는 KG모빌리티에 밀리며 치열한 경쟁 구도를 예고했습니다.

업계 집계에 따르면 5사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798만5486대(반조립·특수차량 제외)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내수는 144만9885대, 수출은 653만5601대로 각각 4.4%, 8.8% 증가했습니다. 아쉽지만 800만대 판매 고지를 돌파하는 기록은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네요.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를 발표하고 있는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를 발표하고 있는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사진=현대자동차

부동의 1위 현대차… 그랜저는 올해 韓 유일 ‘10만대 클럽’ 등극 

현대차는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421만6680대를 팔아치워 전년비 6.9%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유지했습니다. 내수 76만2077대, 수출 345만4603대로 전년비 각각 10.6%, 6.2%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초 현대차가 제시했던 목표(432만1000대)에 비하면 약간 모자란데,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로는 424만3000대(국내 70만4000대, 해외 353만9000대)를 제시한 상태입니다. 아직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각한 만큼 올해 완성차 판매량 상승세가 더뎌질 것이라는 계산 때문인 듯합니다.

또 그랜저의 경우 올 한해 국내 시장서 총 11만3062대가 판매되며 유일한 ‘10만대 클럽’에 등극, ‘국내 1위 세단’의 위엄을 과시했습니다. 작년(6만7030대)의 2배에 육박하는 판매량인데요. 지지난해 말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된 덕을 톡톡히 봤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뒤를 포터(9만7675대), 아반떼(6만5364대), 싼타페(5만1343대) 등이 이었으며, 전기차의 경우 아이오닉 5(1만6605대)에 이어 아이오닉 6(9284대)의 순으로 판매량이 높았습니다.

기아 중형 SUV '쏘렌토 하이브리드'. 쏘렌토는 지난 12월 쏘렌토는 12월 8068대가 판매되며 라이벌인 현대자동차 '싼타페'(7682대)를 또 다시 앞지르기도 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 중형 SUV ‘쏘렌토 하이브리드’. 쏘렌토는 지난 12월 쏘렌토는 12월 8068대가 판매되며 라이벌인 현대자동차 ‘싼타페'(7682대)를 또 다시 앞지르기도 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내수·수출 가리지 않는 ‘RV’ 파워… 기아, 300만대 돌파

기아는 작년 글로벌 시장서 총 308만43대(특수차량 제외)를 판매해 전년비 총 6.3%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내수는 56만3660대, 수출은 251만6383대로 각각 4.6%, 6.7% 증가했으며 국내 판매 최대 실적도 갱신했네요. 지난해 판매 목표치가 글로벌 320만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다소 아쉽긴 하겠지만, 300만대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역시, ‘기아’ 하면 ‘RV(레저용 차량)’죠. 2023년 한해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로 8만5811대가 판매됐습니다. 쏘렌토는 12월 8068대가 판매되며 라이벌인 싼타페(7682대)를 또 다시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그 뒤를 대형 SUV 카니발(6만9857대), 준중형 SUV 스포티지(6만9749대)가 잇고, 전기 SUV EV6는 1만7227대가 판매되며 올해 현대차·기아 전기차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도 기아의 RV 인기는 이어졌습니다. 올 한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는 미국 82만3910대, 유럽 60만6788대, 인도 25만5000여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세 시장서 모두 연간 최대 판매량을 경신하기도 했다네요.

글로벌 시장 수출을 위해 선적 중인 쉐보레 소형 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사진=GM 한국사업장
글로벌 시장 수출을 위해 선적 중인 쉐보레 소형 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사진=GM 한국사업장

후발 3사는 ‘1中2弱’ 체제 굳어져… 이제는 쉐·케·르?

지난해 후발 3사(GM 한국사업장·KG모빌리티·르노코리아자동차)의 판매량 구도에서도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GM 한국사업장이 독보적인 해외 판매량 증가세를 바탕으로 1중(中),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자동차가 2약(弱)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이제는 ‘르·쌍·쉐’가 아니라 ‘쉐·케·르’로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쉐’는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Chevolet) 브랜드, 케는 ‘KG(케이지)’의 케, 아시죠?

GM 한국사업장은 작년 글로벌 시장서 총 46만8059대를 판매하며 전년비 76.6%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 52만4547대를 판매했던 2017년 이후 연간 최대 판매량을 달성했습니다. 내수는 4.1% 증가한 반면 수출은 무려 88.5% 증가한 것이 눈에 띄네요. 후발 3사들과 4배 가량의 격차를 벌리며 앞서나가는 한해였습니다. 

이는 수출 시장에서 판매량을 견인한 ‘쌍두마차’ 덕분입니다. 지난해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는 수출 시장서 21만3169대,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 ‘트랙스’는 21만6135대 판매되며 거의 비등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4월 출시된 트랙스는 압도적인 가성비를 바탕으로 12월 글로벌 시장에서 총 3만1885대(수출 3만248대, 내수 1637대)가 판매되며 GM 한국사업장 판매량의 62%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판매 초기 2000만원대의 압도적인 가성비로 주목 받았던 모델이죠.

지난 2023년 3월 31일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발표된 중형 전기차 '토레스 EVX'. 사진=KG모빌리티
지난 2023년 3월 31일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발표된 중형 전기차 ‘토레스 EVX’. 사진=KG모빌리티

KG모빌리티는 작년 글로벌 시장서 총 11만6428대를 판매하며 전년비 2.2%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22년 출시된 인기 모델 ‘토레스’의 신차효과가 꺼지며 내수 판매량은 8.4% 줄었지만 수출은 17.2% 증가하며 나름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시작한 한해였다는 평가를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주력 시장인 유럽을 필두로 중남미·아시아·태평양 지역 등 등의 선전을 바탕으로 지난 2014년 이후 9년만에 최대 수출 실적이라네요.

한편 KG모빌리티는 올해가 걱정입니다. 지난해 9월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와 손잡고 출시된 중형 전기 SUV ‘토레스 EVX’가 결함 문제로 판매량이 좀체 올라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올해 출시를 예고했던 전기 픽업 ‘O100’의 판매량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죠. 토레스 EVX의 경우 영국과 벨기에로 선적이 처음으로 이뤄졌다는데, 현지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난 1월 1일 소형 쿠페형 SUV 'XM3 E-TECH 하이브리드 for all' 제품을 출시했다. 가격대가 이전 연식 대비 2795만원~3195만원으로 저렴해진 것이 특징.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난 1월 1일 소형 쿠페형 SUV ‘XM3 E-TECH 하이브리드 for all’ 제품을 출시했다. 가격대가 이전 연식 대비 2795만원~3195만원으로 저렴해진 것이 특징.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작년 글로벌 시장서 총 10만4276대를 판매, 전년비 38.5% 감소한 판매량을기록했습니다. 내수가 58.1% 줄었고 수출은 29.7% 감소했는데,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전년비 판매량 감소입니다. 신차가 오랜 기간 없었던 데다가 기존에 출시한 XM3 하이브리드의 판매량도 시원치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죠. 글로벌 시장에서는 XM3가 7만7979대로 가장 많이 팔렸으며, QM6가 2만3614대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글로벌 시장에서 XM3 하이브리드가 4만568대나 팔렸는데도 내수 시장에서는 XM3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고작 7%(8915대)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장점인 높은 연비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으로 하이브리드 인기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은 것이죠.

때문에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난 1일 시작가를 2000만원 후반대, 최고 트림가를 3000만원 초반까지 확 낮춘 2024년형 ‘XM3 하이브리드 E-TECH for all(이 테크 포 올)’ 제품을 출시하며 연초부터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올해 중형 하이브리드 SUV를 중심으로 한 ‘오로라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는 르노코리아자동차인 만큼,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반전을 목표하고 있는 것이 다소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3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 3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자’ 딱지 뗀 기아? 전기차 중심 약진 기대해도 될 듯

이제 청룡의 해를 맞아 비상을 꿈꾸고 있는 기아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일 신년회를 이례적으로 현대차가 아닌 기아의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 최초이자 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 공장이 세워지는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업계에는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한 기아의 약진에 주목하는 이가 많은데요. 심지어 신년회 주제도 ‘같이 하는, 가치있는 시작’이었으니, 이제 현대차와 기아가 함께 글로벌 1위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요?

정의선 회장은 신년회 자리에서 “올해는 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공장인 오토랜드 광명에서 여러분과 함께 새해를 시작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라며 “이곳에서 출발하여 울산과 미국, 글로벌로 이어지게 될 전동화의 혁신이 진심으로 기대된다”라고 소감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송호성 기아 사장에 따르면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은 △첨단 물류 및 생산 △친환경 △인간중심의 운영 방향성 아래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의 제조혁신 기술과 공법이 최대한 적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향후 전동화를 넘어 무인화를 통해 극단적인 원가절감을 꾀하길 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인 만큼, 광명공장을 통해 얼마만큼의 기술 진전을 이룩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기아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 (왼쪽부터)소형 전기 CUV 'EV3'(2024년 상반기 출시 예정), 준중형 전기 세단 'EV4'(2024년 하반기 출시 예정), 준중형 전기 SUV 'EV5'(2025년 국내 출시 예정).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 (왼쪽부터)소형 전기 CUV ‘EV3′(2024년 상반기 출시 예정), 준중형 전기 세단 ‘EV4′(2024년 하반기 출시 예정), 준중형 전기 SUV ‘EV5′(2025년 국내 출시 예정).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특히 광명 전기차 공장에서 각각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생산돼 국내외 판매 예정인 소형 전기 CUV ‘EV3’, 준중형 전기 세단 ‘EV4’는 벌써부터 세간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는 2025년 생산될 준중형 전기 SUV ‘EV5’까지 더해질 경우 두터운 보급형 전기차 라인이 갖춰지게 되는 만큼 기아가 향후 전기차 시장 판도를 바꿀 유력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죠. 

이외에도 2025년 생산을 목표로 화성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고 있기도 한 만큼 현대차그룹의 ‘2030 전기차 글로벌 톱 3’ 계획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전기차 대중화가 빨라지는 가운데 저렴한 보급형 전기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거든요. 현대차의 경우에도 올해 경형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의 출시를 예고한 바 있지만, 기아의 ‘EV 시리즈’ 정도의 기대는 받고 있지는 못한 만큼 기아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아가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될 수 있다 본다. 형 못지 않다는 사실이 굳혀지고 있고 행보 자체도 현대차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라며 “기아의 독자성 덕분에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자리매김하고 성공하고 있으며 잘 나가고 있다. 화성공장에 PBV 전용 공장이 세워지면 현대차와 다른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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