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연합·헤럴드DB]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삼성 오너 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이 지나치게 커 기업 승계에 부담이 되므로 상속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1일 업계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장 마감 후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전자 지분 총 2조1900억원어치(2982만9183주)를 블록딜로 매각하기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매각을 추진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홍라희 전 관장 0.32%, 이부진 사장 0.04%, 이서현 이사장 0.14%다. 주당 매각가는 이날 종가인 7만3600원에서 1.2∼2.0% 할인된 수준이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0.65%), 삼성SDS(1.95%), 삼성생명(1.16%)의 일부 지분도 블록딜 형태로 매각에 나선다.

세 모녀가 이번에 매각을 추진하는 주식은 총 2조8000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 계열사 지분 처분을 목적으로 하나은행과 유가증권 처분 신탁 계약을 맺은 물량이다.

블록딜 거래는 11일 개장 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이후 삼성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이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지난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이번 삼성 일가 세 모녀의 계열사 지분 블록딜 여파로 삼성전자 주가가 11일 장 초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1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 종가 대비 1.09% 내린 7만2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물산(-1.70%), 삼성생명(-1.23%), 삼성에스디에스(-3.56%) 등 삼성전자 외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도 내림세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연합]

한편, 한국경제인연합회(전 전경련)는 2021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0.7%)이 프랑스, 독일과 함께 공동 1위로 과중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은 한국이 5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이나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할증이 적용돼 실질적으로는 최고 60%가 된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한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 승계 때 상속세는 기업 실체의 변동 없이 단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에게 무상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세로 기업 승계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세를 일부 공제하는 가업상속공제가 있으나, 적용 대상이 한정적인 데다 대표자 경영 기간, 업종 유지, 자산 유지 등 요건도 엄격해 활용이 저조하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국내에서 2016∼2021년 가업상속공제 연평균 이용 건수는 95.7건, 총 공제액 2967억원 수준이지만 관련 제도가 활성화된 독일은 연평균 1만308건, 공제액 163억유로(약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재작년 2월 별세한 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 회장의 유족이 물려받은 지분의 상당수도 상속세로 정부에 물납한 상태다. 물납은 상속인이 일정 요건에 따라 현금 대신 유가증권이나 부동산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절차다. 정부는 물납받은 주식에 대해 공개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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