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양근혁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문은 A4용지 6장 분량으로, 제목은 ‘고별…새로운 미래를 위한 다짐’이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먼저 탈당 이유와 소회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며 “그렇게 저에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고민하며 망설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면서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을 비판했다.

민주당의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초선 의원 등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22대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이 전 대표 본인을 비롯해 자신의 지지자들과 당을 비판하는 이들이 ‘수박(비명계를 비난할 때 사용되는 멸칭)’으로 모멸 받고, 처단 대상으로 공격받는 점을 짚었다.

이 전 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만든 데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2021년에 치러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며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시기에 서울과 부산의 공조직을 가동하는 것이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얕은 생각을 제가 떨쳐 버리지 못했고,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제가 동의한 것도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의 그런 잘못을 후회하면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저의 오늘 결정에 대해 저의 아버지처럼 오랜 세월을 보상도, 이름도 없이 헌신하시는 당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이낙연(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민주당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선다. 저는 죽는 날까지 그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겠다”며 “저를 이렇게 몰아세운 것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위기였다. 저는 이 국가적 위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신당 창당을 공식화 하고, 신당이 추구할 주요 가치를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암흑기에 들어섰고, 윤석열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의 정부로 기록될 것이 확실하다”며 “윤석열 정권은 국정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례 없는 퇴행과 난맥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가적 위기의 핵심은 정치의 위기”라며 “무능한 정권과 타락한 정치가 각자의 사활에만 몰두하며 국가의 위기를 심화시킬 뿐, 국가 과제의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을 거의 완성했다. 민주당은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로 ‘검찰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정치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거대 양당 체제를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다당제 실현과 함께 개헌을 통한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대통령의 권력을 최대한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한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와 관련해선 “R&D 지원과 규제 혁파로 기업의 도전을 돕고, 미래기술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복지는 생활에 필수적인 기초 서비스를 국가가 단계적으로 제공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중부담-중복지’로 발전시키도록 하고, 문화에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정부의 원칙을 되살려, ‘제2의 한류’를 더 확산시키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외교 부분은 “한미동맹을 중심에 두면서 중국, 일본,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정착시키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평화와 번영을 돕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신당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전날 민주당에서 탈당한 ‘원칙과상식’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신당 추진을 함께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청년과 전문직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그런 분들께서 정치참여의 기회를 얻으시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저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대한민국을 더는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싸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길은 쉽지 않은 길이다. 저는 그 길이 쉬워서 가려는 것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가야 하기 때문에 가려 한다.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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