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가 없는 기업에 일타강사'…폴란드 방산 수출도 견인

# 한국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 한도 문제에 막혀 있던 30조 원 규모의 폴란드 방산 수출 2차 계약이 시중은행의 ‘지원 사격’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한국과 폴란드는 2022년 17조 원 규모의 1차 계약에 이어 올해 2차 계약을 통해 3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을 추진했지만 한국수출입은행법에 따른 수출금융 지원 한도가 거의 차는 바람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이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신디케이트론(금융단 공동 중장기 대출)’ 방식을 통해 폴란드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무기 수출 사업을 도왔다. 3조 4474억 원(약 2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민간 자금 수출금융 지원으로 성사됐다. 은행들은 단계적으로 추가 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이 수출금융에 적극 나서며 기업들의 해외 수주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는 한편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수출 기업과의 동반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금융 판로’를 개척하고 꾸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발 경기 불안 등 대외 여건 악화에 노출된 수출 기업의 어려움 해소를 돕기 위해 대상과 규모를 대거 늘려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K방산 수출에 확대에 따른 현지 금융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천억 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통해 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험을 줄여 발주처의 불신을 없애고 방산 기업에 대한 금융 우대와 보증 업무 확대 등 측면 지원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지난해 6월과 8월 방위산업공제조합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은행은 방위산업 육성과 방산 기업 수출 활성화를 위해 보증 업무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금융 우대 혜택 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이 중동 개발 붐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9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입은행 및 금융 당국과 손잡았다. 양측은 업무협약을 통해 △중동 지역 내 글로벌 프로젝트 공동 발굴 △양행 글로벌 네트워크 대상 자금·신용·보증 지원 △양국 기업 대상 금융 솔루션과 노하우 제공 등 다방면에서의 협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전통적 강점인 기업금융(IB) 역량과 바레인·두바이 2개 현지 거점의 시너지를 확대해 중동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지원할 방침이다. 우리금융 벤처캐피털(VC) 자회사인 우리벤처파트너스도 중동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아랍에미리트(UAE) 3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무바달라투자회사의 자회사 무바달라캐피털이 운용하는 VC펀드 투자 등 상호 협력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은행들은 첨단 전략 산업의 해외 진출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함께 신흥에스이씨 헝가리법인을 대상으로 총 6500만 유로(약 92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신디케이트론 주선에 성공했다. 신흥에스이씨는 중국·말레이시아·헝가리의 해외 법인을 포함한 총 5개 사업장에서 전기자동차·에너지저장장치·휴대폰·전동공구 등에 필요한 2차전지 부품 및 설비를 해외에 공급하고 있다. 이번 신디케이트론은 신한은행 헝가리사무소가 딜 소싱을 진행하고 신한은행 두바이지점이 금융 주선 및 글로벌 대주단 구성을 주도했다. 또한 신한은행 런던 지점이 축적된 기업투자 역량으로 대리 은행 및 자산관리 역할을 수행하는 등 유기적으로 협업했다. 신한은행은 K배터리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헝가리에 2021년 10월 시중은행 최초로 대표 사무소를 개설했다.

금융 전문가가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며 판로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국민은행은 법무법인 광장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금융·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투자 자문·실사·분쟁 해결 등 인도네시아 내 기업 활동 관련 법률 컨설팅 △투자금 대출금리 우대, 수출입 금융 제반 금리 우대, 해외직접투자 신고 상담 등 수출기업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와 300억 원 규모의 특별 출연 업무협약을 체결해 수출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을 집중 지원하기도 했다. 신한은행도 외환사업부 주관으로 기업 수출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수출입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견·중소 기업들의 인력 구조상 수출금융 전담 직원을 양성하기 어려워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유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교육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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