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전시 ‘그림 공부: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을 찾아서’에 방문한 관람객들 모습. 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김창열, 박서보, 백영수, 서세옥, 윤형근, 이만익….

점심시간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매장 한 편에 위치한 40평 남짓한 전시 공간에 관람객의 발길이 집중됐다. 내로라하는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 6인의 주요 작품 11점이 이례적으로 한데 모인 까닭이다.

특히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은 갤러리나 미술품 경매 전시에서 볼 수 있을법한 블루칩 작가들의 대표작도 벽에 걸렸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구성된 이 공간에서 만난 관람객의 연령층은 주로 20~40대였다.

윤형근, 번트 엄버&울트라마린 블루. [교보아트스페이스 제공]

서점과 백화점 등 매장에서 물건 뿐만 아니라 미술의 향기가 묻어나는 문화 콘텐츠를 함께 경험하는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다. 방문자는 매장을 찾는 것만으로 문화 생활을 할 수 있고, 매장 역시 소비자가 더 오래 머무를수록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의 올해 첫 전시인 ‘그림 공부: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을 찾아서’는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교보아트스페이스 측 전언이다. 교보아트스페이스는 연간 일곱 차례 전시를 연다. 6주간 진행되는 전시 마다 4만명 가량의 관객이 찾는다.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6층 롯데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최희진 교보아트스페이스 아트디렉터는 “관람객들이 시각적으로 작품을 경험한 뒤,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다”며 “서세옥, 윤형근, 김환기 등 서가에 거의 묻혀 있었던 작가들의 에세이 도서 판매량이 최근 특히 늘었다. 예상보다 3배 가량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에 대한 2030 젊은층의 관심이 커졌지만, 여전히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 100위권 내에는 미술 관련 서적이 없다. 200위권 내에서도 지난해 ‘방구석 미술관(조원재 지음·블랙피쉬)’이 156위로, 미술 서적으로선 유일했다. 최 아트디렉터는 “교보문고가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공간이 아닌 문화예술 가이드가 될 수 있도록 그림 공부 관련 콘텐츠 기획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도 예술과 패션의 경계가 흐려지고, 이를 즐기는 MZ(밀레니얼+Z)세대가 늘면서 젊은 수요를 잡기 위해 ‘아트 마케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지난해까지 팝아트와 상업 일러스트의 경계에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주로 걸렸다면, 올해는 고미술과 세계적인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을 큐레이팅 하는 등 더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의 복합문화공간 알트원에서 진행 중인 ‘폼페이 유물전-그대, 그곳에 있었다’ 전시 전경. [씨씨오씨 제공]

현대백화점은 보다 풍성한 예술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올해부터 ‘더 아트풀 현대(The Artful HYUNDAI)’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전국 16개 백화점과 8개 아울렛에 아트테인먼트 콘텐츠 공간을 만들어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내외 권위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과의 협업을 확대한다. 현재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의 복합문화공간 알트원에서는 이탈리아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이 직접 큐레이팅 한 전시 ‘폼페이 유물전-그대, 그곳에 있었다’가 진행 중이다. 120점의 고대 유물이 신상을 판매하는 백화점을 찾게된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4세기 고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총망라한 전시를 열기 위해 영국 런던의 갤러리인 로빌런트+보에나(Robilant+Voena)와 막바지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6층에 위치한 롯데갤러리는 박선기, 하태임, 최태훈 작가와 함께 아트와 와인이 결합된 이색 전시 ‘건배!(Santé! Cin Cin! Cheers!)’가 진행 중이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광주신세계와 대전 아트앤사이언스(Art&Science)에서 용의 해를 기념한 전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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