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컨디션을 회복한 황희찬을 아껴둔 것일까. 아니면 스리백 전형 변화로 팀 균형을 위해 뺀 것일까. 어쨌든, ‘황소’ 황희찬이 명불허전 기량을 뽐내며 한국의 역전 드라마 주역이 됐다.
클린스만호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맞아 승부차기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고전했다. 지나치게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를 의식하며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든 게 실패로 돌아갔다. 전반전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중원에 숫자를 많이 두고 사우디의 공세를 잘 사전 차단했다. 하지만 공격 짜임새와 마무리는 여전히 부족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불의의 실점으로 뒤졌다. 수비 뒤 공간이 열리며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재빠르게 변화를 줬다. 정우영을 빼고 황희찬을 투입해 공격 에너지 충전에 나섰다. 10분 뒤에는 조규성과 박용우를 내세우며 전형을 4-2-3-1로 바꿨다. 이른 시간에 굳히기 모드로 돌입한 사우디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황희찬이 ‘돌격대장’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왼쪽 측면을 중심으로 저돌적인 돌파와 크로스로 기회를 열었다. 빠른 발과 묵직한 질주로 사우디 수비진을 계속 괴롭혔다. 사우디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으며 한국의 추격전 열쇠를 쥐었다. 최전방에서 상대 최종 수비 라인 브레이크에도 성공하며 펄펄 날았다.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으나, 한국이 공격적으로 확실히 주도권을 잡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조규성의 극적인 동점골로 연장전에 돌입한 후에도 넘치는 에너지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빠른 역습과 돌파에 성공하며 한국의 상승세를 이끌었고, 적극적인 전방 압박과 수비 가담까지 하면서 사우디 선수들의 기를 죽였다. 승부차기에서는 승리를 매조지었다. 네 번째 키커로 나서 강한 킥으로 골망을 가르며 두 번의 선방을 한 골키퍼 조현우에게 달려가 기쁨을 만끽했다.
황희찬은 조별리그 1, 2차전에 결장했다. 부상으로 컨디션이 떨어져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3차전에 후반 교체 투입돼 좋은 경기력을 보였고, 사우디와 16강전에서도 ‘특급 조커’로 대기하다가 그라운드에 나서 종횡무진 맹활약을 벌였다. 한국은 ‘돌격대장’ 황희찬이 그라운드를 밟은 이후 공격 속도와 파괴력을 높여 짜릿한 역전승을 올렸다. 황희찬의 황소 같은 돌파와 질주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이강인과 조규성까지 살아나 사우디 격침에 성공했다.
[황희찬(위, 중간 빨간색 유니폼 11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