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와의 경기 전에 외부 응원을 진행한 한국 팬들/최병진 기자

[마이데일리 = 알라이얀(카타르) 최병진 기자] 2024년 1월 31일 4일차

조별리그 졸전, 그리고 만난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경기 전부터 탈락에 대한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팀의 분위기가 너무 대비됐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기세’의 중요성이 나오지 않나. 그만큼 카타르 현지에서도 쉽게 승리를 예상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면서 경기 하루 전부터 당일까지 이틀 동안 사우디 관중들의 조롱을 견뎌야 했다. 시내 곳곳에서 녹색 유니폼을 입은 사우디 팬들은 ‘누가 봐도 한국인처럼 보이는’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띠며 “코리아?”라고 물었다. 그리고서는 “코리아 루즈”, 0-2”, “손흥민 우~” 등의 조롱이 시작된다.

인종차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들의 조롱은 ‘이번에는 당연히 한국을 이기겠지’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의 표현이었다. 웃음기는 가득하고 벌써부터 놀리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평소 같았으면 당당한 무시로 대응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근 며칠만큼은 약간의 ‘쭈구리’ 모드가 됐다. 왜냐면 기자 본인도 승리보다 패배 쪽에 발을 걸쳐두고 있었기에. 솔직하게 한국이 이번에는 사우디에 질 것 같아서 부끄럽지만 반응을 할 수 없었다.

한국인들에게 시비를 거는 사우디 팬들/최병진 기자

그렇게 조금은 의기소침한 기분으로 경기장을 향했다. 현장에 모이는 붉은 악마를 취재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도 ‘조롱과 짜증’의 상황은 변치 않았다.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 도착해 붉은 악마 응원단의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취재진은 알지 못했던 상황들도 전달받게 됐다. 조롱을 넘어선 괴롭힘과 그리고 성추행까지. 이미 승리했다는 자만에 취해 자신들은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모습에 분노가 가득 찼다.

그리고 간절히 바랐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니 제발 오늘은 이겨달라고. 오늘만큼은 꼭 이겨서 오만하고 무례함의 대가가 무엇인지 축구로 증명 해달라고.

붉은 악마 응원단/최병진 기자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보다 더 사우디에 데미지를 남길 수 없을 만큼 극적인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단순히 현장에서 8강 진출을 알렸다는 것보다 간절히 바란 복수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 기뻤다.

승부차기 전에 모여 의지를 다지는 한국 선수단/최병진 기자

사우디 언어를 할 수 있다면, 한 마디만 해주고 싶다.

“축구 그렇게 즐기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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