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9년 전 패배 완전히 설욕했다!’

9년 전 20대 초반 앳된 외모의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희망이었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주포로 활약하며 결승행을 이끌었다. 결승전 상대는 홈 팀 호주였다. 한국은 손흥민에게 큰 기대를 걸며 우승 사냥에 나섰다.

호주는 단단했다. 태극전사들이 조별리그에서 맞붙어 1-0으로 꺾었으나, 결승전에서는 달랐다. 한국은 전반 45분 마시모 루옹고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갔다. 추격전을 벌였으나 호주의 탄탄한 수비를 뚫지 못했다. 경기 종료가 임박한 후반 45분 손흥민이 동점골을 넣고 포효했다.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한 뒤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골을 터뜨린 뒤 한국 관중석 쪽으로 달려가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러나 손흥민은 최후에 웃지 못했다. 연장전에서 한국이 골을 내주면서 결국 1-2로 졌기 때문이다. 연장 전반 15분 제임스 트로이시에게 실점했고, 또 한번의 동점을 이루지 못하며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눈물을 훔쳤다. 아쉬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누워 펑펑 울었다.

9년이 지나 다시 호주를 만났다. 이번엔 20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상대했다. 어느덧 30대가 되어 주장 완장을 달고 설욕을 다짐했으나 이번에도 호주는 만만치 않았다. 클린스만호는 전반전 42분 크레이그 굿윈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접전을 치르고, 호주보다 이틀 이상 덜 쉬어 체력적으로 매우 불리했다. 추격전을 벌였으나 호주의 ‘늪축구’에 빠져들며 패배 분위기가 감돌았다.

후반전 추가시간 7분 사인이 들어오고 손흥민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냈다. 페널티박스 안으로 드리블 하며 호주 수비수 여러 명 사이를 파고들었다. 상대 수비수 파울을 유도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극적인 동점 기회를 만들고 후배 황희찬에게 양보했다.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성공하면서 다시 호주와 연장 승부를 펼치게 됐다.

연장전에서 9년 전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한국 공격의 중심에 서서 역전을 노렸고, 연장 전반 14분 황희찬이 얻어낸 프리킥을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뽑아냈다. 거짓말처럼 9년 전 호주에 당했던 패배를 똑같이 설욕했다. 체력이 거의 고갈돼 힘들어 보였지만, 정신이 육체를 지배했다.

이제 손흥민의 눈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한다. 우선, 7일 벌일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바라본다. 요르단을 꺾고 결승 고지를 밟은 뒤 한국이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거두기 위해 다시 뛴다. 요르단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만난 바 있는 팀이다. 예상 외의 저력을 발휘하며 태극전사들을 괴롭혔고, 2-2 무승부 결과를 남겼다.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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