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경찰이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증거 채집을 이유로 동의 없이 여성 나체를 촬영한 것과 관련해 1심 재판에 이어 2심도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증거 채집을 이유로 동의 없이 여성 나체를 촬영한 것과 관련해 1심 재판에 이어 2심도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 사진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들과 성매매 여성 피해자가 지난해 8월 30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찰의 성매매 단속 시 신체촬영 등 위법수사 피해 국가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강희석)는 지난달 31일 성매매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의 항소심에서 A씨의 사진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본 1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지난 2022년 3월 서울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행위가 이뤄진다는 첩보에 따라 현장을 급습해 A씨와 성 매수 남 B씨의 몸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자신의 사진을 지워달라는 A씨의 요구도 거부했다. 촬영된 사진은 단속팀 소속 경찰 15명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공유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촬영자의 의사에 반하는 사진 촬영이 강제수사에 해당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함에도 법원으로부터 사전영장 또는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않아 증거 배제 결정을 했다”며 “이러한 판단을 기록과 대조해 면밀히 살펴보면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고 판시했다.

성매매 단속에 나선 경찰이 나체 상태인 여성 A씨와 성 매수 남성 B씨의 사진을 동의 없이 촬영한 점이 인정된다며 해당 사진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본 1심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위 사진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들과 성매매 여성 피해자가 지난해 8월 30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찰의 성매매 단속 시 신체촬영 등 위법수사 피해 국가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9월 1심은 “사진 촬영으로 인한 A씨와 B씨의 인격권 침해가 상당하다”며 해당 사진에 대해 증거 배제 결정했다. 이는 법원이 성매매 단속 현장에서 경찰이 성매매 여성의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첫 판단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경찰의 이런 행위를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경찰청장에게 성매매 단속 관련 규정과 지침을 제·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한편 A씨는 경찰이 사진 촬영뿐 아니라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언동과 함께 부당하게 자백을 강요하기도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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