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간 알력다툼이 결국 ‘위성정당’ 출연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양당은 상대 당을 견제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하지만, 군소 정당들 입장에선 양극화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중 큰 피해가 예상되는 ‘녹색정의당’은 위성 정당 합류 여부에 골머리를 앓는 눈치다.

◇ 與, 민주당 비판하면서 “국민의미래 창당 ‘불가피'”

이 대표는 5일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유지하는 한편, 위성정당인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를 ‘준위성정당’이라고 표현하며, 절반은 기존 위성정당, 나머지 절반은 ‘소수정당의 연합플랫폼’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선 민주당의 ‘준위성정당’은 국민의힘의 ‘위성정당'(국민의미래)과 명확하게 차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다른 임시 정당을 만들어 거기에 공천한다”며 “민주당도 비례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하지 않지만, 민주당만 지향하는 후보가 아닌, 준연동형 제도가 추구하는 소수 정치 세력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상당 부분 의석수를 확보하게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대표의 주장처럼 21대 총선 당시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등 군소정당이 민주당 위성정당이던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해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공천 받은 비례 후보들이 민주당으로 복귀하면서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 취지와 달리 ‘꼼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미래한국당’을 만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군소정당의 국회 입성을 돕기 위한 법 취지와 달리, 양당 정치체제는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위성정당’ 창당 선언에 비판을 쏟지만, 실제 총선 국면에 다다르면 ‘위성정당’을 출격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병립형 비례제 회귀’는 당론이라고 부각하면서도,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선 “민주당이 그렇게 나오는데 우리 당이 손 놓을 수 없다”며 “불가피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 ‘새진보연합’만 환영…나머지는 ‘죽을상’

이로써 여야 입장의 변함이 없는 한, 이번 총선은 공직선거법 개정 없이 현행 선거제도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우선 크게 반발하는 것은 제3지대 신당들이다. 이들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감소할 수 있는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막았다는 점에선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위성정당 출연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할 경우, 군소정당에 돌아갈 의석수가 감소하면서다. 실제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각각 17석, 19석을 확보했고, 군소정당인 정의당은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에 그쳤다.

반면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 등 3개 군소정당이 연대해 만든 ‘새진보연합’은 사뭇 다른 반응이다. 이들은 ‘양당 기득권 타파’를 강조하는 제3지대 신당들과 달리, 민주진보진영의 ‘담대한 연합’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선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만큼, 새진보연합이 민주당의 ‘통합형 비례정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용 대표는 이날 “이 대표 제안을 환영하고, 제대로 된 연합정치가 추진될 수 있도록 각고의 방안을 모색하자”고 했다.

지난 3일 막 합당한 정의당과 녹색당은 일단 유보적인 입장이다. 병립형 퇴행 저지를 위한 국회 본청 농성 중이던 당은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에 “최악은 피했다”라는 반응이다. 다만 민주당의 통합비례정당 합류 여부에는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김준우 상임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비례정당 내지 준위성정당이 기존의 위성정당과 어떻게 다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온전히 살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녹색정의당 관계자도 우선 민주당이 주장하는 ‘통합비례정당’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당장 입장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녹색정의당 출범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녹색정의당은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정당이다.(사진=녹색정의당 제공) 2024.02.03. [사진=뉴시스]

◇ 국힘-민주 ‘적대적 공생’ 유지…유탄 맞은 녹색정의당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이 의석수 확보를 위해 ‘적대적 공생’을 이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욱이 이번 ‘꼼수 위성정당’ 출연의 최대 피해자로 ‘녹색정의당’이 지목되면서, 총선 이후 녹색정의당의 영향력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새진보연합이 일종의 민주당 협상 파트너가 될 확률이 높지만, 최대 피해 세력은 녹색정의당이 될 것”이라며 “정의당의 지지 기반은 당초 다양한 진보세력들로써 이를 통해 지지율을 유지했는데, 연합위성정당에 합류하면 1~2석 내외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정의당을 지지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결과적으로 연합위성정당은 진보정당 내부에서의 정의당 헤게모니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물은 정의당의 약화와 군소정당 다당제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민주당이 연합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대략 2~5석을 손해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은 1~10번을 비(非)민주당 후보에게 양보했지만, 실제로 민주당과 다른 길을 선택한 의원은 용혜인·조정훈 두 명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를 양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과거 제3지대에 정의당만 있던 상황과 달리, 이준석·이낙연 신당 등 영향력 있는 세력이 다수 등장한 만큼 녹색정의당의 의석수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많은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비례대표 배분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의 연합위성정당에 합류할 경우, 독자적 생존력이 없는 정당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고 제3지대 신당들에 주도권을 뺏길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위성정당’ 출연의 후폭풍은 결국 거대 양당의 욕심에 기인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떤 경우라도 손해 보지 않기 위한 것으로 ‘적대적 공생’이라고 봐야 한다”며 “사회 각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군소 정당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와 완전히 반대로 흘러갈 정도로 양당의 기득권 수호 의지가 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뷰’가 좋은 정치뉴스, 여의뷰! [사진=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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