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가 지난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를 찾아 오찬을 함께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2024.02.04.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4·10 총선을 6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계파 갈등에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탄생의 책임이 있는 친문(친문재인)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용퇴론이 공론화 하면서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부각하기 위해선 문재인 정권 주역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명분이지만, 차기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세력 다툼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 용퇴론’의 본격적인 표면화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시발점이다. 그는 지난달 21일 ‘사견’을 전제로 “검찰 정권의 탄생에 본의 아니게 기여한 분들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1차 공천심사 결과 발표에서는 아예 공개적으로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압박에 나섰다.

친문계는 갑작스런 압박에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만남을 통해 계파 갈등을 우려하며 ‘원팀’ 필요성을 강조했음에도 오히려 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당내 계파 갈등을 처음 언급하며 “우리는 하나 된 힘으로 온 ‘명문정당’인데, 친명과 친문으로 나누는 프레임이 안타깝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기에 이 대표도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당내 갈등 봉합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용퇴론의 대상으로 지목된 친문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권 출신 인사들이 윤석열 정권 탄생에 일조했다는 주장은 과도한 책임론일 뿐 아니라, 분열을 부각하는 것은 총선 승리에도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불리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기서 더 가면 친명이든 친문이든 당원과 국민들께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양산 회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우려는 임 전 실장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고민정·노영민·윤건영 등 인사들도 동일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시민들을 만나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다만 당내에선 이번 계파 갈등이 단순히 공천 경쟁으로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면적으론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맞지만, 차기 당대표 선거를 염두에 둔 세력 다툼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오는 8월 당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의 재도전과 함께 친문계 핵심인 전해철 의원과 임 전 실장이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용퇴론도 차기 당대표 경선에서 친문계 구심점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친문계 인사들이 차기 전당대회 출마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 대표 측이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선제적으로 견제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견제라는 주장이 힘을 받는 것은 특정 문재인 정부 인사에겐 용퇴 압박이 빗겨나가는 것과 무관치 않다. 추미애 전 장관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다. 이들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고, 더욱이 추 전 장관의 경우 이른바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존재감을 키운 일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친문계 견제의 칼날을 빗겨나갈 수 있는 이유는 이 대표에게 호의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탄생의 원인으로 본다면 추 전 장관도 해당할 수 있는데, 본인은 무관한 것처럼 임종석·노영민을 때리고 있다”며 “전략공천까지 언급될 정도인 것은 결국 이 대표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판단 기준이 된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실제 추 전 장관은 임종석·노영민 전 실장에게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고, 임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누가 장관이었냐”고 반박했다.

문제는 문 전 대통령과 ‘원팀’ 필요성까지 공감한 이 대표가 계파 갈등을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 갈등 현상을 “역대 어떤 선거 공천 과정에 비교해 보더라도 갈등 정보나 분열은 크지 않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대표가 임 공관위원장을 비롯해 강성 친문계 조직들의 공세를 묵인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통령까지 나서 통합을 강조했음에도 갈등 국면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세력 경쟁의 연장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의 단합을 해치는 문제가 있다면 당 지도부가 나서 설득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더욱이 지도부가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은 “(묵인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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