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반지로 인기가 높은 불가리 ‘비제로원 1밴드 링’ 로즈 골드. /불가리
결혼 반지로 인기가 높은 불가리 ‘비제로원 1밴드 링’ 로즈 골드. /불가리

“살 게 있으면 이달 사세요.”

불가리의 우수고객(VIP)인 이모 씨는 최근 담당 셀러(판매자)에게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다음 달부터 VIP 대상 할인 혜택이 종료되고 가격도 인상될 예정이니, 쇼핑할 계획이 있으면 얼른 구매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할인 혜택을 받으려고 작년 말 겨우 등급을 맞췄는데, 한 달여 만에 말을 바꾸다니 너무하다”면서 “우수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괘씸하지만, 이 달이 지나면 가격이 15%가량 오르는 셈이기 때문에 뭘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9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가 내달 1일부터 VIP 대상 할인 제도를 폐지한다. 이 브랜드는 다음 달 중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들 사이에선 일방적으로 할인 제도를 폐지하는 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불만이 나온다.

그간 불가리는 누적 구매 금액 7000만원 이상 고객에게 VIP 지위를 주고 다음 구매 시 7% 할인 혜택을 주는 제도를 운용해 왔다. 누적 구매 금액이 2억원 이상이 되면 10%를 할인해 줬다. 백화점 매장의 경우 현금 결제를 하면 추가로 3%를 더 할인해 줘 우수고객을 모으고 실적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얻었다.

그러나 불가리는 작년 초 ‘2년 내 구매 실적’을 기준으로 해당 제도를 운용하는 걸로 개편한 데 이어, 이달엔 아예 이 제도를 종료하겠다고 고객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우수고객은 “이 제도를 이용하려고 꾸준히 불가리를 구매해 왔는데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아 황당하다”면서 “대(代)를 이어 줄 수 있는 제도라며 구매를 부추기더니, 이제 와서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불가리 매장 전경. /조선DB
불가리 매장 전경. /조선DB

전문가들은 소비자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경영 방침에 따라 고객 혜택 제도를 개편할 순 있지만, 고객이 예측할 수 없는 일방적인 개편은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면서 “소비자가 변화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 고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명품 시장의 위기를 방증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로 급성장한 명품 시장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후 경기 불황 등이 겹치며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던 백화점 명품 판매가 지난해 ‘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명품들이 수시로 가격을 인상한 걸 고려하면 역성장한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실적을 올릴 방도가 없으니, 혜택을 축소하는 강구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애초에 무리한 마케팅 전략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은 이미지가 생명인데, 브랜드가 직접 가격 흥정에 나선 건 스스로 아이덴티티(정체성)을 깎아 먹는 행위”라며 “가격 손대지 않고 다른 편의나 혜택을 제공했어야 했다”라고 했다.

불가리코리아는 이탈리아 회사인 불가리 S.p.A.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3496억원, 영업이익은 39% 증가한 521억원이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34% 증가한 3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본사에 지급한 배당금은 13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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