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준석(오른쪽), 이낙연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설 연휴 첫날 극적 통합 이후 내내 살얼음판을 걷던 이준석-이낙연 두 사람이 20일 결별을 선언했다. 양측이 선거판에서 주도권을 쥐려다 결국 파국에 이른 것이다. 다만 애초 이들의 만남이 선거용 ‘이합집산’에 불과해 이같은 결과가 시간문제 였다는 말도 나온다.

이낙연·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 신당 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고 했다.

이들은 통합 불발 이유로 ‘선거 캠페인 전권’ 등을 요구한 이 대표가 사당화를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대표는 “당직도 이준석 대표 측이 원하는 대로 하고, 선거운동 지휘권도 이 대표 본인에게 달라고 하고, 공천권도 김종인에게 주자고 하면 이낙연은 집에 가라는 얘기 아니냐”며 “이러면 이낙연을 지지해서 제3지대에 참여한 10만 당원이 이 당에 투표를 할 수 있겠느냐. 이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기 때문에 (통합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 대표도 곧바로 입장문을 냈다. 그는 “할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시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새미래가 주장한 ‘이준석의 이낙연 밀어내기 의도’를 두고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전날(20일) 본인에게 선거 캠페인 전권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 최고위가 파행을 빚은 것에 대해 “여러 경로로 4개 세력이 참여한 메신저 단체방 등 논의가 활발히 오간 상태에서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표결 처리하자는 방식으로 결론이 나 표결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천관리위원장직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주려고 이준석이 기획했다는 새미래 주장에 대해서도 “김종인 위원장 추천은 제가 아니라 이낙연 대표 측근으로부터 들어온 것”이라 반박하기도 했다.

이준석(왼쪽) 개혁신당 공동대표와 이낙연 공동대표가 20일 국회에서 합당 철회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결국 11일만의 ‘초고속’ 결별은 노선 차이가 극명한 이준석-이낙연 두 사람이 선거를 앞두고 세를 키우려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다 ‘이합집산’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은 통합을 선언하면서 ‘반윤석열’, ‘반이재명’을 한목소리로 외쳤지만 정작 ‘제3지대’ 정당으로서의 차별성은 강조하지 못했다. 실제 ‘빅텐트’ 이전 개혁신당·새로운미래에선 각각 ‘노인 무임승차 폐지’, ‘전국민 물음 프로젝트(상향식 네트워크 정당 시스템 구축)’ 등 정책 제안이 비교적 활발히 이뤄졌지만, 통합 정당은 주도권 다툼을 하느라 개혁안을 전혀 내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양 세력의 모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혁신당 파탄을 보면서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_얼음과 숯은 함께 할 수 없다는 뜻)이란 고사성어가 오른다. 각자의 길이 다른 세력들이 함께 가기에는 서로 융합할 시간이 너무 없다”라며 “각자의 생존을 위한 합당이 아니라 지향점이 같아야 했는데 아무튼 재미있는 총선이다”라고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상대로 개혁신당이 깨진 신당이 되었다”며 “이낙연은 민주당을 떠난 것이 잘못이고, 이준석은 이낙연을 만난 것이 잘못”이라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아무리 정당이 막장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가치나 명분은 맞아야 뭐가 나온다”며 “이준석-이낙연 양측이 11일 간 보여준 일련의 모습은 제3지대 정당에 ‘정치를 바꿔보자’고 기대했던 20%가 넘는 국민들에게 ‘한국 정치 수준이 이렇게 낮다’고 보여준 꼴밖에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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