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자본시장 선진화 추진 방향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유동현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26일 금융 당국이 내놓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핵심은 기업들의 ‘자율성’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평가된다. ‘반짝’ 주가 부양을 위한 대책보다는 중장기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근본적 ‘업그레이드’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특히,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적인 패시브 자금 유입과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 등은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참여할 유인을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공시 원칙과 내용, 방법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과 구체적인 세제 혜택 방안 등에 대한 내용 발표 시점을 미룬 점 등은 즉각적인 방안 마련을 기대했던 시장의 시선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운영방안에 따르면 ▷기업가치 현황 평가·분석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공시·이행 ▷주주 소통 등은 모두 상장기업(2023년 말 기준 코스피 809개사, 코스닥 1598개사)의 자율적 이행에 맡겨질 예정이다.

오는 6월까지 금융 당국이 만들어 발표할 예정인 가이드라인은 종합적 작성 지침에 해당하며, 각 기업이 특수성과 경제적 여건, 업종별 상황 등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수립-공시한다는 것이 금융 당국이 세운 기본 원칙이다.

가이드라인에는 각사 이사회가 실질적인 기업 경영 관리의 최고 결정 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명시될 예정이다.

공시 시점도 올해 하반기 이후 계획을 수립한 상장기업부터 자율적으로 정한다. 내실있는 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충분한 검토기간이 필요하며, 필요 시엔 상장사가 계획 수립 일정 등을 미리 공표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은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기업별 특성에 맞춰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을 위한 노력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투자, 신사업 진출, 인적자본 투자 등의 계획을 수립하고 시장과 소통해 나가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상반기 이른 시일 내에 추가 세미나 등을 통해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세제지원 방안은 준비되는 것부터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를 통해 각 상자사가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금융 당국의 대책이 집중됐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기업기익의 주주환원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세제지원 방안을 올해 내 마련하는 것을 물론, 기업가치 제고 우수 기업에 대한 표창이 ‘세정지원’으로 연결시킴으로써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 동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과 관련 ETF 상장 등 기업가치의 개선노력과 성과에 대해 투자자가 평가하고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상장사들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으로 이어질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국민연금 등 ‘큰 손’들의 투자 판단에 활용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 행동 지침)에도 ‘투자 대상 회사의 밸류업 노력을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반영한 것도 시장의 주목을 받는 사항이다.

금융위는 “기업 밸류업의 성패는 기업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해 시장과 소통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면서 “공시 의무화는 오히려 의미 없는 형식적 계획 수립과 공시만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 정책의 성패는 ‘일회성 주주환원’이나 ‘단기 테마’ 성격에 그치지 않고 국내 증시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동력을 얻을 수 있을 지 여부에 갈릴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단 시장에는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인한 상승장이 당분간 연장될 것이란 기대감이 우세하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당 이슈로 인한 상승 모멘텀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반영해 코스피 목표 전망치를 상향 조정 중이다. 모건스탠리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상승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올해 말 코스피 목표지수를 2700에서 2850으로 올려 잡았다.

다만, 구체적인 세제 지원책이 공개되지 않는 등 기업들의 참여를 유인할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체적인 세제·세정 지원은 모범 납세자 선정 같은 내용뿐인데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부양을 위한 큰 방향은 잡힌 듯 싶으며, 이젠 민간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는 근원적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 본질”이라며 “다만, 정부가 내놓은 인센티브가 기업들이 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으로 작용하기엔 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상법 개정을 통해 상장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설 수 있도록 일종의 강제성을 부여하거나, 전자투표제 비중 확대 등의 대책이 더 있어야 할 것”이고 덧붙였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주가 부양을 위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면 그 자체만으로 투심이 크게 실망했을 것이란 점에선 이번 대책은 나름 긍정적”이라면서도 “오는 5월 이후 등으로 구체적인 세제지원 방안 시점을 늦췄다는 점은 시장에 의문점을 남길 수밖에 없다. 그동안 기대감 등에 의해 급등했던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대형주 중심의 조정장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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