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

“한 가지 수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투자자 의견을 수렴한 ‘자본비용’을 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국내외 투자자 90여 명(국내 30%·해외 70%)을 대상으로 일본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우수 사례와 주가 부양책 공시에 대한 인터뷰 보고서를 이같이 발표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치를 단편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자원의 적정 배분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주가 알기 쉬운 말·논리로 명확히 설명할 것”이라는 원칙 역시 2018년부터 계속 유지되고 있다.

앞으로 국내 주주들도 일본처럼 상장사들이 자본수익성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 보다 쉽게 따져가며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업 스스로 자본비용·지배구조 등을 종합 파악하고 투자자들에게 매년 개선방안을 알리는 정책이 추진되면서다. 앞으로는 성장 투자를 소극적으로 하거나 거액 예금을 방치, ‘짠물’ 배당으로 자본효율을 악화시키면 안 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공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세제혜택과 지수 편입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26일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엔 코스피·코스닥 전 상장사들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을 공표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상장사들의 핵심 기재 내용은 크게 4가지(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 및 소통)로 구성됐다. 분기별로 PBR·ROE 등 자본비용과 자본수익성, 지배구조 실태를 파악하고 3년 이상 중장기 목표 수준과 도달 시점을 설정, 구체적인 경영전략과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후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와 함께 주주들과의 소통과 피드백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이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을 확대하도록 상장 기업을 압박해 증시를 부양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다만, 일본의 기업거버넌스 개혁은 일본판 ‘밸류업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엔저(円低)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수출 기업들의 호실적, 일본은행(BOJ)과 연기금의 ETF(상장지수펀드) 매수세, 평생 비과세 금융상품(신NISA) 출시 등 여러 시장 호재들이 겹친 결과로 국내와는 시장 조건이 다른 상황이다.

이와 비슷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는 다각도로 지원책을 마련할 구상이다. 한국판 NISA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지원을 강화하고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밸류업’ 성실도를 투자판단에 활용해 시장 자금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밝혔다. 김준섭 KB증권 수석연구원은 “일본 공적연금(GPIF)은 위탁운용사에 기업들과 얼마나 이야기를 충실히 했느냐 등을 반영하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규 지수 개발에도 공을 들일 방침이다. 일본의 경우, 주주환원 개선에서 수혜받을 수 있는 다양한 ETF들이 출시되면서 자금 유입도 더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PBR 1배 미만을 묶은 ETF에서부터 ▷경영자와 주주 목표 ▷주주환원 정책 등 테마도 다양하다. ‘PBR Improvement over 1x ETF’(2080)는 PBR 0.7배 이하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9.1%에 달한다.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를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등을 골자로 제시한 상태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을 비용으로 인정해 주고 배당 증가분에 대해 세액을 공제해주면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비용절감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상장사-주주’뿐만 아니라 시장참여자 간 소통도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상장사들의 자본비용 개혁에 대한 의식은 높아졌지만, 저변의 확대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기업 간의 지견의 차이나 부족한 노하우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도 중요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는 시장참여자들의 소통을 높이기 위해 오는 3월 ‘밸류업 자문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상장사와 애널리스트, 학계 등 전문가, 국내외투자자, 유관기관(상장협·코스닥협회) 등이 참여한다. 특히 개인투자자와의 소통이 활발한 핀플루언서(소셜미디어에서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버 등)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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