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시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4·10 총선이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26일 인천 표심을 잡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동원됐다. 인천 계양을을 지역구로 둔 이재명 대표를 지원사격하기 위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집중 견제했지만, 원 전 장관 측은 “주민만 보고 가겠다”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인천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난 가운데, 2월 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처리 필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은 원 전 장관에 대한 비판을 쏟으며 이 대표를 지원하는데 집중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가 위치한 인천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개최되는 것에 “감흥이 남다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인천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으로 성장·발전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또 함께하겠다”고 강조하는 한편,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정부여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원 전 장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원 전 장관 집중 견제에 나선 것은 ‘친명(친이재명)계’ 최고위원들이었다. 이들은 원 전 장관을 향해 “무능과 무책임의 상징”, “갑질 청년” 등 비판을 쏟는 반면, 이 대표를 향해선 “훌륭한 당대표가 인천 출신”이라고 치켜세웠다. 사실상 이번 인천 현장 최고위는 이 대표 지역구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먼저 인천시당위원장인 김교흥 의원(인천 서구갑)은 원 전 장관이 단수 공천된 것을 언급, “전세사기 사태의 책임 회피뿐 아니라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감싸기, ‘건폭’ 운운하며 노동탄압에 앞장서 왔던 무능·무책 상징인 원 전 장관이 공천됐다”며 “‘일성이 제1당 당대표의 저격수다’ 등 말로 무례하고 정치적 도의를 넘어선 ‘무법 천지’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원 전 장관을 치켜세운 것을 언급, “한 위원장이 원 후보가 살아온 인생을 봐달라고 해서 살펴보니, 지난 1993년 9월 보도에 따르면 성북경찰서는 사법연수원생 박준선·원희룡 등 두 명을 공무집행방해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 조사 중이라고 적혀있다”며 “29세의 원희룡은 보기 드문 갑질 청년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2007년 1월에는 원 전 장관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가 큰절한 것을, 국토부 장관 당시에는 김건희 여사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방어한 것 등을 나열하며 “원 전 장관이 살아온 인생을 보니 갑질에 특화된 권력형 해바라기 정치인”이라고 폄하했다. 서영교·박정현 최고위원 등도 원 전 장관도 거들고 나섰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이천수 후원회장이 26일 오전 인천 계양구 한 거리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02.26 [사진=뉴시스]

원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인천에서 열렸지만, 이 대표는 바로 옆 자신의 지역구는 들르지도 못하고 서울로 가야 했다”며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러니 불출마 얘기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라면서 “‘진짜 일꾼’ 원희룡은 계양의 혁신을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계양을 누비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 전 장관 측도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계양에 왔을 때는 주민들이 낯설어했지만, 이제는 많이 반기는 모습”이라며 “민주당이 공천 갈등으로 시끄럽다 보니, 섣불리 우리 사정(지지율)이 나아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향은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지역이 우리당 입장에선 어려운 곳이고, 이 지역에서 출마했던 분들과 만나보면 주민들이 처음에는 찍어줄 것처럼 호의적이지만 결과를 보면 아니었다”며 “민주당이 어찌하든 우리는 주민들을 자주 만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이 맞붙는 인천 계양을 지역구를 최대 격전지로 평가하고 있다. 원 전 장관이 국민의힘 내에서 잠룡으로 평가되는 만큼, 그동안 야권이 강세를 보인 계양을에서 원 전 장관이 돌풍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원 전 장관이 넘어야 하는 ‘이재명의 벽’은 현재로선 높은 상황이다. 7% 가까이 벌어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다. 원 전 장관 측이 계양을 지역구가 어려운 지역인 만큼, 주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것밖에 없다며 ‘정면돌파’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공천 갈등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당의 지지율 위기는 곧 이 대표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계양을 여론조사에서 여야 후보 간 격차가 좁혀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현재 민주당도 위기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이 대표 본인의 지역구가 이제는 발등의 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좋은 텃밭인 계양의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수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며 “민주당은 수도권을 완전히 장악해야 과반 의석을 얻을 수 있는데, 민주당이 스스로 민주적 가치와 정체성을 파괴하는 길로 간다면 선거가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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