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하는 엔비디아를 견제하기 위한 빅테크(대형기술 기업)·반도체 업체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자체적인 AI칩 개발과 생산을 위한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 등 합종연횡을 활발히 모색하며, 이른바 ‘AI 동맹’으로 AI 경쟁력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시그래프2023’에서 연설 중인 모습. [사진=엔비디아]

27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221억 달러(약 29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분기째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갔다. 4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급증했고, 같은 기간 총이익은 122억9000만 달러로 769% 급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가 임계점(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업, 산업, 국가 전반에 걸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AI 가속기 ‘H100’은 생성형 AI 시스템에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AI 가속기는 대용량 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된 반도체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붙여 제조한다.

엔비디아의 H100은 현재 시장에서 제품 1개당 가격이 4만 달러(약 5300만원)이라는 고가다. 그러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가 생성형 AI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현재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공급 지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공급량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하루아침에 충분한 수량을 공급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한 속도를 내는 빅테크 기업들은 현재의 수급 불균형 사태에 우려를 표하며, 엔비디아에 대한 AI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안 모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가 비쌀 뿐만 아니라, 범용 제품이어서 자사의 AI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오픈AI, 구글, 아마존, 메타, MS 등 빅테크들은 ‘탈(脫) 엔비디아’를 위한 AI칩 개발은 물론, 반도체 생산에 특화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과의 연합전선 구축도 모색하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는 이를 위한 역대급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샘 올트먼 CEO는 자체적인 AI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전 세계를 다니며 투자자와 생산업체를 모으고 있다. 5조~7조 달러(약 6600조~9300조원)의 천문학적인 자본 조달을 목표로 한다.

샘 올트먼은 지난달 대만 TSMC를 비롯해 중동 투자자, 일본 소프트뱅크 등과 접촉해 새로운 AI 반도체 생산을 논의했다. 한국도 방문해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HBM을 제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최고경영진과 만나 AI 반도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I 반도체 기업 설립을 위해 1000억 달러(133조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 중이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지원해 엔비디아에 대항하는 AI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팻 겔싱어(오른쪽)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칩 ‘가우스3’를 공개하는 모습. [사진=인텔]

전통적인 반도체 제조사인 인텔과 AMD도 AI 반도체를 잇달아 출시하며 엔비디아를 맹추격하고 있다. 인텔은 차세대 AI 가속기 ‘가우디3’를, AMD는 ‘MI300X’를 공식 출시하며 엔비디아의 ‘H100’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MS도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인 ‘마이아100’을 공개했다. 인텔이 최근 1.8나노(㎚·1나노=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의 양산을 공식화하며 첫 고객이 MS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제품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인텔이 MS의 마이아를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최대 리스크는 업계 경쟁자보다는 고객인 빅테크 기업의 칩 내재화”라며 “아마존, 구글, 애플, 메타, 테슬라 모두 자체 칩 개발에 착수했고, 올트먼의 행보도 같은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AI 산업 고도화에 따라 다품종 소량 생산과 개별 제품 솔루션에 맞는 칩이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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