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김광우 기자] #.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박재영 씨(32세)는 매일 오전 10시마다 울리는 토스 어플의 ‘환율’ 알람을 체크한다. 그는 올 설 연휴 기간 일본 여행을 앞두고 토스뱅크의 ‘외화통장’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엔테크(엔화 재테크)’ 계좌로 활용한다고 했다. 박 씨는 “여행 다녀오고도 엔화를 계속 조금씩 사두고 있다”며 “최근에 엔화가 오른다는 기사가 많은데 앞으론 엔화 관련 ETF 상품에도 투자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은행(BOJ)이 이르면 이달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엔화’ 재테크족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재테크 커뮤니티엔 엔화를 직접 사거나 엔화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방법을 담은 게시글이 인기다. 최근 엔화가 반등하고 가파르게 오른 일본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일학개미들도 그간 강세를 달렸던 일본 반도체보다 엔화 노출형 상품에 눈을 돌리며 ‘엔테크’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日여행 끝나도 엔화 사요”…5000억원 돌파=13일 헤럴드경제가 토스뱅크에 의뢰해 엔화 환전 서비스 이용 현황을 살펴본 결과, 올 1월 18일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이달 3일까지 원화를 엔화로 환전한 액수가 5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5635억원으로 하루 평균 125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일본 관련 펀드에 늘어난 설정액(2314억원)의 2.4배에 달한다. 박 씨처럼 여행을 위해 환전한 이용자에 엔화 재테크족까지 더해지면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 1월 출시된 토스뱅크의 외화통장은 외화를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는 환테크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외화를 원화로 되팔 때 보통 1% 안팎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다른 은행과 달리 토스뱅크는 재환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 여행이 몰렸던 설 연휴가 지난 이후에도 엔 환전 규모는 매주 수백억원에 달했다. ▷2024년 7주차(2월 12~18) 921억원 ▷8주차(2월 19~25일) 967억원 ▷9주차(2월 26~3월 3일) 799억원 등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출시 당시 단순 여행을 위한 환전뿐만 아니라 손쉽게 외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상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1조2129억엔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100엔당 900원대에 머물렀던 원·엔 환율이 지난달 800원대로 내리면서 저점 매수세가 몰렸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달러 강세가 소폭 꺾이고 엔화가 반등하면서 차익 실현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달 들어 208억엔(1.7%)이 줄어 현재 1조1921억원(11일 기준)을 나타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곧 끝난다…ETF도 ‘엔화노출형’=엔화 투자 열기가 되살아난 배경에는 BOJ의 금리 인상 전망이 꼽힌다. 엔화의 경우, 연초 미국 금리 반등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관측과 BOJ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 전망 속에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전날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일부 통계가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하면서도 3월과 4월 인상 시기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BOJ가 이르면 오는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종료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금리 인상 시점을 4월로 보고 있다. 이에 이번주 공개되는 기업들의 임금 인상률이 인상 시기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BOJ는 이번주 주요 임금협상 결과를 살펴보고 금요일 정도께 추가 힌트를 줄 전망”이라며 “시장은 아직 4월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조금씩 앞당겨지는 분위기인 것도 맞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선 엔화 가치가 오르면 환 차익을 챙길 수 있는 ETF에 돈이 몰리고 있다. 작년 말 출시된 ‘KBSTAR 미국채 30년 엔화 노출’ ETF의 순자산은 올 들어 1423억원이 늘었다. 최근 한달 간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인 규모만 275억원에 달한다. 이 ETF는 미국채 30년물 투자에 따른 자본차익과 엔화가치 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상품이다. 지난달부터 이달 12일까지 ‘TIGER 일본엔선물’ ETF에 48억원이 몰렸다. 엔화 노출형 ETF도 새로 출시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전날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를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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