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KBO) 뉴미디어 중계권을 확보한 티빙이 시범경기 중계부터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로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1000억원대 적자를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잘못 꿰어진 첫 단추는 티빙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기기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최주희 티빙 대표가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 CJ ENM센터에서 열린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티빙
최주희 티빙 대표가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 CJ ENM센터에서 열린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티빙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하루 전인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 CJ ENM 센터에서 KBO중계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범경기 중계 품질에 사과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미흡한 부분을 공감하고 인지하고 있다”며 “개선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다 큰 책임감을 갖고 본 시즌 개막에 맞춰 제대로 된 중계 서비스를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티빙 KBO 중계 논란이 시끄러워진 이유는 티빙이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 기초를 틀렸기 때문이다. 당초 우려가 나왔던 중계 지연속도, 서버 렉보다 티빙이 만드는 영상 콘텐츠 자체의 품질 문제였다. 티빙은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로 적는가 하면 타순 번호가 아닌 등번호로 선수를 소개하는 등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든 것 같은 콘텐츠를 선보였다.

중계료에 무료 프로모션 비용까지…늘어만 가는 ‘돈’

티빙은 KBO 뉴미디어 중계권 확보를 위해 1350억원을 들였다. 중계권료에 더해 추가 지출은 더 늘어난다. 티빙은 4월 30일까지 야구 중계를 무료로 제공한다. 무료 프로모션이 없다면 KBO 중계는 월 5500원짜리 광고 요금제 이상의 유료 요금제에 가입해야 볼 수 있다. 한 번 무료 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시청자 1명당 5500원 이상의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티빙이 KBO 중계권을 확보한 건 신규 이용자 유치를 위해서다. 이미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포츠 중계는 효율적인 방송 미디어의 트래픽 확보용 콘텐츠로 꼽힌다. 글로벌 1위 넷플릭스도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을 들여 2025년부터 10년간 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의 주간 레슬링 쇼 ‘RAW’ 중계권을 확보했다. 스포츠 중계는 영화·드라마 같은 몰아보기 대신 실시간 위주로 진행된다. 팬덤이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꾸준히 해당 플랫폼을 방문하는 점도 있다.

문제는 티빙이라는 브랜드에 ‘무료 중계보다 못한 유료 중계’라는 낙인이 찍혔다는 점이다. 티빙은 야구 팬덤을 계속 붙잡아둬야 티빙이 지출한 연간 400억원쯤의 중계권료에 프로모션 비용 값어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카타르 아시안게임 등 다른 스포츠 중계에선 없었던 중계 콘텐츠 품질 문제가 불거진 셈이다. 티빙의 KBO 중계는 K리그(축구), 독일 분데스리가(축구), MLB 서울시리즈(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중계하는 쿠팡플레이와 비교도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티빙은 KBO 중계권을 확보한 효과를 바로 확인했다. 3월 9일 첫 시범경기가 진행된 날 티빙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전일 대비 11만명쯤 증가했다. 하지만 ‘낙인’이 찍혔다. 티빙의 저품질 중계는 야구를 보기 위해 티빙을 찾은 이용자에게 ‘불쾌한 경험’을 선사했다.

영상명가 CJ ENM 계열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은 셈이다. 티빙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경기가 끝나고도 하루쯤 걸려 올리는가 하면 어떤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편집해서 올려야 할지도 모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12일 KIA 대 한화 시범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댓글. / 티빙 스포츠 유튜브 채널 갈무리
3월 12일 KIA 대 한화 시범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댓글. / 티빙 스포츠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육성형·성장형 OTT’ 오명…바닥치는 브랜드 이미지

팬덤이 티빙 스포츠 유튜브 채널을 찾아가 댓글로 ‘심판이 선언하는 장면까지 보여줘야 한다’, ‘캐스터 해설 멘트 자르지 마라’ 등의 피드백을 줄 정도다. 다행인 점은 이런 팬덤의 목소리를 티빙이 빠르게 반영하고 있지만 대신 ‘육성형·성장형 OTT’라는 오명이 붙었다.

육성형 OTT라는 별명은 유료 서비스인데도 시청자가 가르쳐줘야 한다는 점이 희화화된 것이다. 정규 시즌부터 양질의 콘텐츠를 보기 원하는 팬덤이 자신을 위해 티빙을 가르치는 꼴이다.

티빙은 비하인드 영상 같은 추가 콘텐츠를 촬영하려고 라커룸을 들어갔다가 선수단이 항의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전에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다. 이로 인해 티빙이 라커룸 촬영 계획 백지화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티빙이 야구를 보러 온 신규 이용자에 좋은 경험을 선사하지 못했다는 건 이들이 티빙에 좋은 인식을 갖기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남들은 맛있다고 먹는 비싼 식재료를 처음 먹었다가 탈이 나면 이후 그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야구 팬덤의 불만이 입소문을 타면 탈수록 티빙의 브랜드 이미지는 점점 내려갈 수밖에 없다.

단순 금액만 따져봐도 티빙은 손실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3월 9일에 증가한 DAU 11만명이 모두 야구 무료 중계를 이용했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 티빙은 11만명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요금 5500원씩 총 6억원쯤을 지출한 꼴이 된다. 4월까지 하면 12억원쯤이다. 이는 연간 중개권료 400억원쯤과 비교하면 적은 금액이다.

문제는 티빙이 적자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티빙은 2022년에만 영업손실 119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티빙이 지난해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제작비 상승으로 인해 영업손실 규모가 비슷할 것으로 봤다. 올해는 거기에 4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되는 셈이다.

한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티빙의 야구 중계 품질 논란은 보통 회사 내 콘텐츠 담당보다 사업 담당 입김이 강할 때 자주 나타나는 패턴과 비슷하다”며 “티빙이 KBO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세이프와 세이브 같은 기본적인 자막 문제는 야구를 아는 사람 한 명이라도 붙여놨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팬덤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콘텐츠에 무작정 돈을 쓰는 게 아닌데 수익만 생각하고 팬덤의 구매력을 이용하려고 하는 이의 입김이 강할수록 이런 모양새가 자주 나오는 것 같다”며 “수익성을 우선하게 되면 어떤 상황이 보이는지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로 많은 수익을 올리니까 콘텐츠 구성이 비스무리한 ‘리니지 라이크’ 모바일 MMORPG가 쏟아져 나오다가 틈새를 파고든 중국 게임에 시장을 내주고 있는 걸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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