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오늘은 삼성전자 50년 역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날”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이 1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올해 50주년을 맞이했다.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심장이다. 상징성과 중요성 면에서 가전, 모바일 등 그 어떤 사업보다 크다.

다만 반세기의 역사를 이끈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 사업 적자로 적잖이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칩의 핵심부품인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공급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선 반도체 사업 부진을 탓하는 주주들의 원성에 경 사장이 고개를 연신 숙여야 했다.

이제 분위기는 반전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 정부로부터 약 64억달러의 보조금을 챙기고 대규모 현지 투자를 단행, 미래 반도체 반세기를 개막하는 분수령의 해로 전 세계에 삼성의 이름을 뚜렷히 각인시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발표 기념식이 열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주요 정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대 64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예비거래각서(PMT) 체결에 합의했다.

이번 보조금 규모는 반도체 경쟁사인 인텔(85억달러), TSMC(66억달러)보다 적은 세번째 규모다. 3사와 비교해보면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보다는 21억달러 적고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가 지원받는 금액과는 2억달러 차이다.

다만 전체 투자비용 대비 삼성전자가 손해보는 구조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로 따지면 인텔은 8.5%, TSMC는 10.2 %인데 반해 삼성전자는 14% 수준으로 지원액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중인 반도체 공장 규모는 더 커지고 패키징 시설, 첨단 연구개발(R&D) 시설 등 규모도 대폭 확대됐다.

당초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으나 이 같은 계획을 수정해 400억달러(약 55조) 이상을 투자해 2030년까지 시설을 신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의 이같은 대규모 시설 투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국내외 경쟁자들에 밀리며 위기라고 지적받아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1.2% 인데 반해 삼성전자는 11.3%에 그쳤다. 차세대 AI칩으로 불리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선 SK하이닉스가 올해 시장 점유율 52.5%를 차지해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반면 삼성전자는 42.4%로 격차가 더 벌어질꺼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대규모 현지 시설 투자를 통해 강력한 한방을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 퀄컴, AMD 등 주요 AI칩 고객사가 미국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이같은 전략은 고객사의 신뢰와 협력을 수월히 이끌어내는 한편 주문에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도체 전문 인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현지 우수 인력을 채용하는데도 더 유리할 수 있다.

이날 보조금 체결식에서 경 사장은 “우리는 단순히 생산시설만 확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지의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미국을 글로벌 반도체 생산의 종착지로 자리매김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결정에 미국 텍사스 현재 매체들은 적극 반기는 모습이다. 대규모 투자로 지역 일자리 창출과 함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의견들이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현지 지역일간지 텍사스 트리뷴은 “현재 계획된 제조·연구시설 클러스터는 최소 1만7000개의 건설 일자리와 4500개 이상의 생산직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또 NBC 계열 지역방송사 KXAN의 경우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시에 4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게 된다”며 “이는 지역 인력 양성과 개발에 활용되고  최소 2만1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대만 반도체기업 TSMC가 지원받는 금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조금이 결정됐으며 향후 한미 반도체 동맹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국내 첨단 반도체 제조기반이 앞으로 약화될 우려가 큰 만큼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업계에 대한 우리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삼성의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가 미국 현지에 위치하게 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 제조기반이 장기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핵심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 집중될 경우 장기적으론 국내 경제에도 미치는 효과가 적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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