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해야 할 운명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모양새다. 이에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의 과거 행보가 주목받는 한편 소프트뱅크가 라인의 경영권을 욕심내는 이유에 관심을 기울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 소프트뱅크그룹

1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지분매각을 위해 일대일 협상에 나섰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9일 열린 결산설명회에서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의 요청을 받아 보안 지배구조와 사업 전략 관점에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 변화를 협의 중이지만 아직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며 “7월 1일까지 합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야카와 CEO는 또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지분을 보유한 ‘A홀딩스’의 지분을 100% 확보하면 보다 여러 선택지가 생기고 다양한 전략이 가능해진다”며 경영권 탈취 의지를 드러냈다.

황금알 품은 ‘라인’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경영권 확보에 적극나선 이유로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이유로는 소프트뱅크가 라인을 통해 그간의 손실을 회복하고 과거 명성을 되찾으려는 의도가 짙다고 보고 있다.

라인은 일본 국민 메신저를 넘어 동남아 시장에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한 아시아 최대 슈퍼앱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라인의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억9500만명이다. 일본 MAU는 9600만명에 달한다. 태국은 5500만명, 대만은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 현지에서 입지가 상당하다.

게다가 라인은 모바일 메신저뿐 아니라 검색, 핀테크, 이커머스, 블록체인, 게임, 인공지능(AI)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연계된 서비스도 꾸준히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잇따른 투자 실패를 겪은 소프트뱅크가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카드로 라인을 꼽은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던 2019년도에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100조원 규모의 그룹 내 투자회사인인 비전펀드에서 잇따른 투자 실패로 무려 1조9000억엔(약 21조원) 손실을 내며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까지 낳았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당시부터 라인의 경영권 탈취를 염두해두고 여러 물밑작업을 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Z홀딩스 합작법인을 설립한 2019년부터 라인야후 경영권을 쥐고 네이버를 흔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10일 열린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대 50인데 이사회 구성 등을 볼 때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2019년부터 사실상 소프트뱅크의 컨트롤 아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손실만 키워
…’슈퍼 앱’ 호시탐탐 기회만 노렸다

2023년 상반기(4~9월) 발표한 실적도 적자 규모가 무려 1조4087억엔(약 12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290억엔) 대비 큰폭으로 늘었다.

당시 뼈아픈 손실을 키운 투자처는 위워크다. 위워크에 140억 달러(약 18조4500억원)을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지난해 6월 “위워크 투자는 내 인생의 오점”이라고 회고했다.

위워크는 초반에는 소프트뱅크 투자에 힘입어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2019년 기업공개(IPO) 실패 후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결국 지난해에는 상장폐지 및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태다.

미국 유전자 검사 전문기업인 인바이테도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투자를 받아 유망 기업으로 주목받았으나 최근 파산을 검토하고 있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와 기업용 메신저 슬랙은 상장 후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주가가 추락한 상태다. 또 로봇 피자업체 줌피자는 대규모 감원 발표, 온라인 슈퍼마켓 브랜드리스는 폐업을 선언하는 등 잇따른 실패로 손 회장의 투자전략이 도마에 올랐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 교수(전 한국벤처창업학회장)는 “소프트뱅크는 그동안 좋지 못한 투자의 결과로 현재는 인공지능(AI)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라인이 가진 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하면 슈퍼앱으로써 굉장한 잠재력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바일 하나로 다양한 사업을 아우르는 AI 기반 비즈니스를 펼치는데 (라인은)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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