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 제2본점 / 사진=DGB금융그룹
DGB대구은행 제2본점 / 사진=DGB금융그룹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7번째 시중은행’을 노렸던 DGB대구은행의 도전이 성공했다. 금융위원회가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결정하면서, 기존 시중은행 또한 DGB대구은행이 가져올 ‘메기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일단 당장 DGB대구은행이 기존 시중은행 구도를 뒤흔들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낮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은행 경쟁력을 가늠할 ‘자산’을 포함, 규모의 경제에서 아직 기존 은행권에 범접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간 보여준 DGB대구은행의 성장세 여기에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가 대출 등 은행권 주요 수익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면 적잖은 영향력은 발휘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4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32년 만의 ‘시중은행’ 등장

16일 금융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DGB대구은행(이하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를 확정했다. 이로써 대구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에 이어 일곱 번째 시중은행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당국은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의 시중은행 등장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기존 시중은행과 신규 플레이어 간 영업 구역 중심의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통상적으로 은행업 규정상 본인가 심사기한은 서류 접수 이후 3개월이다. 공식 신청 접수 시점이 지난 2월 초였던걸 감안하면 이달 초에 심사가 끝났어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최근 불거진 대구은행 직원들의 불법계좌 개설 사고를 고려해 추가 심사 자료를 대구은행측에 요구하면서 심사 또한 다소 지체됐다. 실제로 지난달 금융위는 정례회의를 통해 불법계좌 개설 사고로 물의를 빚은 대구은행 직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결의했다.

특히 당시 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일부 규정 위반을 근거로 대구은행에 은행 예금 연계 증권계좌의 개설업무 3개월 정지와 20억원 가량의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를 근거로 업계 안팎에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암초를 만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금융사고와 연계해 대구은행의 내부통제 전반을 들여다본 결과 시중은행 전환을 막을 만큼의 중대한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작년 금융사고 이후 업무단계별 분석을 통해 맞춤형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전반적인 준법감시 역량 강화를 위해 사고예방조치 세부 운영기준 마련, 상시감시 확대·체계화 등 준법감시체계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구은행 주요 경영진이 전사적인 쇄신과 금융사고 방지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도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금융위원회.
사진. 금융위원회.

당장의 파급력은 ‘제한적일 듯’

업계에서는 당장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가져올 나비효과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여부를 떠나, 그간 30여년 넘게 고착화됐던 시중은행 체제의 개편이 이뤄진다는 점 자체가 적잖은 파급력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경우, 여타 지방은행과 달리 전국 어디에나 지점을 열고 영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 또 자금 조달 역시 지방은행 대비 저금리가 적용돼 향후 여‧수신 영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까닭에 현존하는 상당수 지방은행은 그동안 물밑에서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지방은행의 경우, 특정 지방 내 거점은행으로서 지역 내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들에게 원활한 자금 공급 및 금융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진 금융사다. 자칫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시도가 ‘지방은행’으로서 부여된 임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어 실질적인 시중은행 시도는 사실상 전무했다.

무엇보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자본과 영업력 등이 부족하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이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시중은행업권 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 또한 이같은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선 대구은행의 자산 규모는 약 70조원 수준에 형성돼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자산과 비교하면 다소 큰 격차를 보인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는 약 500조원 수준으로 대구은행과 약 7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실적도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지난 1분기 기준 대구은행의 당기순익은 11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증가를 염두에 둔 대규모의 충당금 적립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게 대구은행측의 설명이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집중하고 있는 비이자익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230억원 이상 쪼그라든 데다, 연체율도 1분기 기준 0.64%로 전년 동기(0.54%) 대비 0.1%p 악화됐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기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대구은행이 과연 유의미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현시점에선 다소 회의적인 시선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핵심 ‘전장(戰場)’인 기업대출 영역에서의 선전이 관건인데, 그 과정에서 출혈경쟁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결국 대구은행의 입장에선, 대출자산을 확대하지 못하면 시중은행과의 경쟁 자체를 논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기존 시중은행도 기업대출 확대를 위한 출혈경쟁을 감수하는 상황인 만큼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인뱅처럼…‘메기효과’ 가능할까

그럼에도 일각에선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서 업계 내 ‘메기효과(적절한 자극제로서 업권 내 경쟁력 및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를 야기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점 지역 내 네트워크가 강력한 데다 전반적인 성장성도 나쁘지 않은 만큼 디지털 플랫폼, 주요 여·수신 부문에서 메기효과를 일으켰던 인터넷전문은행 이상의 효과도 가능하단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대구은행은 거대 시중은행을 제외한 중‧소형급 은행 중에선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구은행의 당기순익은 354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SC제일은행(3408억원), 한국씨티은행(2776억원) 등 주요 외국계 은행의 당기순익보다 높은 수준이다.

수익성도 개선되는 흐름이다.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경우, 대구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2.03%를 기록했다. 이는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국내 20여개 은행 중 광주은행(2.87%), 카카오뱅크(2.38%), 제주은행(2.07%) 등을 제외한 7위의 기록이다.

한편, 대구은행은 이번 시중은행 전환과 더불어 수도권 및 충청·강원 등에 향후 3년간 영업점 14개 등을 신설, 해당 지역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 자체 비대면채널(App) 고도화, 외부플랫폼과 제휴 확대 등을 통해 고객 접근성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여 낮은 금리의 다양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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