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저축은행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시장에 군불을 떼려면 더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인수합병(M&A)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에 맞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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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저축은행 업권 M&A 시장에 한화저축은행을 비롯해 OBS저축은행, 대원저축은행, HB저축은행,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에도 매물로 나왔던 저축은행들이다.

하지만 정작 이렇다 할 진전 움직임은 없다. 애큐온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 등은 자산규모 10위권에 포함되는 만큼 기대감이 높았지만 부동산 PF부실 우려, 연체율 상승, 수익성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했지만 중단했고 SBI저축은행의 한화저축은행 인수설이 돌았지만 ‘사실 무근’으로 일단락됐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당국이 좀더 유연하게 나와주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작년 7월 기존 서로 다른 권역 저축은행 간 합병 불가 방침에서,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소유·지배를 최대 4개까지 허용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다. 

업계 내부에서는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여전한 데다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 악화와 충당금 추가 적립 등 수익성 하락 등이 예상되는만큼, 관련 규제를 더 풀어달란 분위기다. 모바일·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된 만큼 영업권역을 폐지하거나 예보료 인하와 같은 실질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M&A 대상이 되는 저축은행의 정상 채권만 인수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당국 입장은 다르다. 우선 부동산PF 구조조정 과정에서 ‘질서 있는’ 정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부동산PF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가로 충당금을 쌓을 여력이 안 되는 저축은행들이 일차적으로 매물화할 가능성이 크고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M&A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M&A의 핵심은 평가와 그에 대한 가격”이라면서 “저축은행 M&A가 활발하지 않는 이유는 업계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표면적인 것이고 결국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국이 저축은행 라이선스를 더 이상 내주지 않는 만큼 사업으로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더 낮은 가격을 원하는 인수자와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저축은행 간 협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하반기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이슈와 연체율 상승, 부실화 우려의 저축은행들이 매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를 누가 사들일지가 관건”이라면서 “업황뿐 아니라 규제도 많은 업종이어서 새 주인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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