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최근 유류할증료 인하 등에도 여전히 높다는 소비자 불만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사들이 국제선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 증가 폭이 더욱 가파르게 오르며 항공권 가격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하락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 앞을 지나고 있다. / 뉴스1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 앞을 지나고 있다. / 뉴스1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제선 출·도착 기준 국적항공사 10개사의 공급석은 2281만5550석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2484만6944석 대비 91.8% 회복됐다.

올해 여객은 1971만6215명으로 2019년 2080만3595명과 비교해 94.8%의 회복세를 보였다. 공급석 보다 여객 수의 회복세가 3%포인트(p) 더 높은 셈이다.

특히 인기 여행지로 꼽히는 일본, 베트남의 경우 2019년 대비 운항편 증가세 보다 여객 회복세가 더욱 컸다.

일본 노선은 운항편이 2019년 1~4월 4만3795편에서 올해 4만3704편으로 99.8% 회복됐지만 여객 수는 760만0264명에서 812만9233명으로 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은 운항편이 1만7343편에서 1만9425편으로 12% 늘었지만 여객은 319만90명에서 366만1587명으로 14.8% 증가했다.

미국을 오가는 운항편은 9540편에서 1만2210편으로 28% 증가했으며 여객은 142만3680명에서 164만7528명으로 15.7% 늘었다. 미국 노선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운항편이 충분히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자들은 늘어난 공급 만큼 항공권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 중심으로 운항되는 미주 주요 노선 탑승률이 90% 이상 탑승률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FSC 이외 미주 노선 운항에 나선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역시 2023년 5월 취항한 미국 뉴욕 노선의 1년간 평균 탑승률이 90%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환승 수요 증가 역시 항공권 가격이 하락하기 힘든 요인으로 꼽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통계를 보면 올해 1~4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환승한 탑승객은 10만130명으로 2019년 동기 8만5277명 대비 17.4% 증가했다. 미국 노선의 경우 2019년 29만5599명에서 올해 39만1705명으로 32.5% 늘었다.

이러한 환승객 증가는 미·중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동남아를 오가는 직항편이 부족해 과거 해당 노선 승객은 중국을 경유해 중국 국적사를 이용했지만 미·중 갈등 이후 미·중 노선이 줄어 한국 국적사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미 교통부(USDOT)는 올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올해 3월 31일부터 미·중을 오가는 중국 항공사 여객기의 왕복 취항 허용 편수를 주당 35편에서 50편으로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주당 150편 허용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올해 4월에는 미 항공업계가 미·중을 오가는 중국 국적사 항공편의 추가 승인 중단을 촉구하면서 앞으로 중국 국적사의 취항편 증가는 속도를 내기 힘들 전망이다.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을 회원사로 둔 ‘에어라인스 포 아메리카’(A4A)는 올해 4월 미 국무부와 교통부에 미·중 왕복 항공편 승인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 항공사들이 러시아 영공 비행을 중단했지만 중국 항공사들은 러시아 영공을 계속 이용하며 이득을 얻어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항공 여객 수요가 많아 예전 보다 좌석 구하기가 힘들어지는 등 항공권 가격이 내려가기 힘든 상황이다”며 “아직 코로나19 이전 대비 공급이 100% 회복되지 않았지만 수요의 증대가 더욱 가파른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예약이 많고 적은 수요에 따라 항공권 가격에 변동성이 생기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수요가 몰리는 선호 날짜, 노선에 예약을 하려다 보면 항공권 가격이 다소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요 증가 외에도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수하물 요금을 올리며 실질적인 항공권 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LCC들은 수하물 요금 인상으로 고물가, 특가 프로모션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3월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에어서울이 이달부터 수하물 요금을 올린다. 진에어와 이스타항공은 각각 오는 7월, 8월부터 추가 수하물 요금을 인상한다. 

한편, 올해 6월 기준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5개월 만에 하향 조정됐다. 편도 기준 대한항공은 이달 2만1000∼16만1000원에서 1만8200∼14만4100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은 2만3000∼12만5800원에서 2만600∼11만4100원으로 내렸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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